시중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수료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내달부터 송금, 자동화기기, 외환 등 주요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키로 했다. 최소 100원(자동화기기)에서 최대 5000원(발급·변경수수료)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하게 됐다. 은행의 수수료 인상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일시에 전면적으로 올리는 사례는 흔치 않다. 농협은행과 점포 수 1, 2위를 다투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수수료 인상은 눈치를 보고 있는 타 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올렸고 신한은행도 지난달 외화 송금수수료를 인상한 바 있다.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이 서비스 비용의 현실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고객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예금이자는 쥐꼬리만큼도 안 되는데 수수료만 오르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내용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객들이 눈치 채기 어려운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를 100-200원씩 올리는 사례가 가장 많다.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티끌모아 태산을 쌓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송금이나 자동화기기 주된 이용자는 영세상인이나 서민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수수료 인상은 각종 공공요금과 생활물가에도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고객들의 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수익구조가 악화될 때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수수료 인상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의 기형적인 수익구조 탓으로 여기고 있다. 선진국 은행들은 이자수익의 비율이 절반을 넘지 않는데 비해 국내 은행들은 90%에 달한다는 것이다. 예대마진이 줄어들수록 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초보적인 방법으로 무한경쟁의 금융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는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과감한 경영혁신과 신규수익원 발굴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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