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고 동문 직업인 초청 강연 기획 다양한 분야 21개 직종 멘토로 나서

대입 학종 시대다. '학종'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학생부에 초점을 둔 전형이다. 내신과 자기소개서, 수능, 비교과 활동, 추천서, 면접 등을 종합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쉽게 말해 학생부교과에 비교과를 더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미 전국 197개 4년제 대학들이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입부터 수시로 73.7%, 정시로 26.3% 학생들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수시 모집 중 학종 비중은 서울대가 100%, 서울 상위권 대학은 70-80%에 달한다.대입 학종 시대는 갑자기 온 것이 아니다. 눈치 빠른 학부모들은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자유학기제'가 학종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중학생 때 자신의 꿈과 끼를 탐색하고, 고교에서 심화하는 과정은 학종 전형의 핵심이다. 여기에 비교과 이력은 학생 자신이 얼마나 전공을 심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빙 자료가 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2016~2020)'은 초등에서 대학까지 체계적으로 꿈과 끼를 살리는 진로교육을 담고 있다. 2020년까지 전체 고교의 95%가 선택과목인 '진로와 직업'을 편성·운영하게 된다.

점수에 맞춰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진로 활동을 통해 관심분야를 구체화해 전공 적합도를 높이는 과정에 방점을 뒀다. 결국, 대입 정책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학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 만의 문제라면 '학종=금수저 전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결국, 학교의 진로교육에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 중일고가 최근 동문 직업인을 초청해 직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 '동문 초청 직업인과의 대화'는 좋은 사례다.

대전 중일고는 5월 학술제의 테마를 '꿈을 향한 도전'으로 정하고, 졸업생 선배 멘토의 직장 경험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일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현직 전문 직업인들은 각 직업의 특성과 앞으로의 전망, 경험담을 현장의 목소리 그대로 전했다. 학생들도 자신이 꿈 꿨던 직업의 속살을 여과 없이 듣는 좋은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대학 진학이라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건강한 직업 정신을 가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대전 중일고의 '동문 초청 직업인과의 대화'에는 무려 21명의 선배들이 나섰다. 전자 의료기기 개발회사 '유스넷', 농산물 가공 및 유통·급식사업체 '주안홀딩스' 등의 기업체 대표와 농산물유통 중도매인, 안경사, 치위생사, 청소년지도사, 철도차량정비사, 제과제빵사, 공무원(경찰·세무·자치단체),교수(미술교육과·체육과), 사회체육지도자, 개그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 직업인들이 강연에 나섰다. 직업인 강연은 학생들에게 소중한 '진로 나침반'이 됐다.

1학년 이민재 학생은 "꿈을 이루기 위해선 '열정'과 '진정성 있는 목표', 이 2가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이성훈 선배님(주안홀딩스 대표)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선배들의 진로 멘토링을 통해 나의 꿈을 향해 스스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재하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해 막연한 지식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진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심화 과정을 통해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내도록 하자는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학종'을 바라보는 눈은 두가지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스펙이 큰 격차를 낳다 보니 '학종은 학부모 능력에 달렸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내신과 학교 활동이 중요해지면 교권을 확립할 수 있는 '공교육 정상화 전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학종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또 '기록(記錄)'의 중요성도 학종 시대에서 잊어선 안 될 덕목이다.

학생부는 교내 활동을 고스란히 담는다. '자동봉진'으로 요약되는 비교과 영역의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은 더 이상 대입(大入)의 들러리가 아니다. 실제로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교내활동을 열정적으로 하고, 그 내용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의미있게 써 넣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으로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 등 3가지를 제시했다. 3가지 문항은 각각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모든 문항이 하나의 목표인 '진로(전공)'를 향해 날금과 씨금이 된다면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오광근 중일고 진로부장은 "중일고 학생들은 각자의 교내활동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꿈노트인 '종이비행기'에 기록한다"며 "고교 3년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과 노력, 활동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교내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구체적인 활동내용, 활동 후 소감, 결과물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스스로 진로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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