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 테마 직업 체험 교육 인성 키우고 진로 찾고 '일석이조'

학교 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390만 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0.9%인 3만4000명이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폭력 유형으로는 '언어폭력'이 35.3%로 가장 많았고 집단 따돌림(16.9%), 신체폭행(11.8%), 스토킹(11.0%), 사이버 괴롭힘(9.7%), 금품 갈취(7.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시간은 쉬는 시간(43.2%), 하교 이후(14.2%), 점심 시간(9.1%) 등의 순이었고 피해 장소는 교실 안(48.2%)이나 복도(10.3%) 등 '학교 안' 공간의 비중이 높았다. 학교 안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부터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프랑스에선 학교 폭력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행동이고 사회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가르친다.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가장 바람직한 인성교육의 모델로 체험활동 교육을 꼽는다.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 도덕적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세천 초등학교는 학교 현장에서 요구되는 인성교육을 진로체험 프로그램과 접목시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학교폭력예방과 안전을 주제로 한 직업체험교육은 학교 안 인성교육과 진로교육의 융합모델로 다른 학교에서도 적용할 만 하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직결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가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선택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자유학기제 찾아가는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에듀비전과 함께 한 '인성과 진로 융합 체험교육'은 세천초 전교생 49명이 참여해 모의재판과 마임, 경찰체험 등 직업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인성 교육으로 흥미와 교육적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아이들은 평소 자신들이 무심코 했던 행동이나 말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사소한 일들이 쌓여 학교폭력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역할극과 같은 체험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이미애 연구부장 교사는 "다같이 하는 놀이나 관계활동에 서툰 요즘 아이들이 이런 체험 활동을 통해 질서와 규율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며 "말로만 가르치는 것보다 이렇게 놀이나 체험을 통한 교육활동의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 등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모의재판의 주제는 '학교폭력'이었다. 5학년 10명의 학생들이 각자 한 가지씩 역할을 맡아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원고를 심문하고 변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변호사, 검사, 피고인, 증인, 배심원 등의 역할을 맡은 아이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고 학교폭력에는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도 알게되는 가운데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

이날 수업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 모두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법 체험을 통해 구체적인 인생목표를 설계해 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모의법정에서 판사역을 맡은 이다해 학생(5학년)은 "체험을 통해 친구들 사이의 사소한 장난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언뜻 크게 와닿지 않았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재판의 과정을 실제 체험할 수 있어 좋았고 법을 다루는 직업인 판사와 변호사,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빚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마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해 보면서 예술교육으로까지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마임교육의 최대 장점이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동작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사회성과 집중력을 기르는 법 등을 배워나간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말이 아닌 몸짓으로 어울리게 되고 또 알지 못했던 재능과 끼를 발견하기도 하며 여러 사람들 앞에 서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함께 의욕을 갖게 된다.

마임극단 제스튀스의 최희 대표는 "마임은 가장 원초적인 몸의 언어이자 소통·공감을 돕는 도구로 아이들이 처음에는 동작을 따라하는 것조차 쑥쓰러워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낸다"며 "표현이 서툴고 또래와의 관계 능력이 부족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마임은 훌륭한 소통 방식인 동시에 예술 교육 수단"이라고 말했다.

강현숙 교장은 "아이들은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닌 다양한 살아있는 체험교육을 통해 바른 인성을 갖게 된다"며 "질서를 지키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고 말로 가르치지않아도 체험을 통해 체득한 교육은 아이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학교생활을 풍성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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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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