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프달 한국법인 대표, 1-2 등급 피해자 초청 구체적 피해배상·3-4등급 피해자 논의 전무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지난 2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과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피해배상 방법의 부재, 진정성의 결여 등을 거론하면서 예상과는 달랐던 옥시측의 대응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옥시는 이날 오후 1시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호텔아드리아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족 90여명을 초청해 '제1회 옥시레킷벤키저 사과의 장'을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3-4등급 피해자를 제외한 1-2등급 피해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는 피해자나 유족이 본인의 사연을 이야기하면 사프달 대표가 이에 대한 응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프달 대표는 "이 같은 자리를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자녀를 잃은 부모, 허파를 이식받은 피해 당사자, 호흡기를 부착한 어린이 등 행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청취를 마친 옥시 측은 이들에게 일일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행사가 끝난 후 서현정 옥시레킷벤키저 홍보부장은 "오늘 우리는 1-2등급 대상자분들께 사과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신속한 해결을 위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고, 사죄가 늦어진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3-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구체적인 배상 계획 등의 질문에 그는 "1-2등급 피해자를 대상으로 우선 진행했으며, 향후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옥시는 다음달 중으로 서울에서 2차 만남을 개최하고 7월까지 구체적 배상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옥시가 '진정성'을 담아 사과를 전달했다는 입장인 반면, 행사에 참석한 일부 피해자들은 옥시 측의 대응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체적인 피해배상 방법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진정성 역시 의문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딸을 잃은 한 유가족은 "통역을 통해 사프달 대표가 하는 말을 전해들었는데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해결방안 등이 논의된 것도 아니었는데 도대체 이 자리에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또 한다고 해도 굳이 참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사프달 대표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폐를 이식받은 주부 이모(41)씨는 식당 엘리베이터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등 취재진의 눈을 피한 사프달 대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 있다면 당당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승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살균제 피해를 입고 살아있는 분들의 보상계획, 3-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논의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실망했다"며 "모두가 인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계획을 준비한 후 2차 미팅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옥시레킷벤키저 아타 사프달 대표와 임원진이 20일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있는 모습(위쪽)과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아타 사프달 대표의 사과를 듣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옥시레킷벤키저 아타 사프달 대표와 임원진이 20일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있는 모습(위쪽)과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아타 사프달 대표의 사과를 듣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