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복통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제일 많이 듣는 얘기 중에 하나가! "나, 배 아파"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디가 어떻게 아파?"라고 물어보면, 설명을 잘 못하고 배 아프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답답할 때가 많다. 신생아 때에는 아파도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냥 울기만 할 때도 많다. 단순히 배앓이를 하고 넘어가면 참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더 심각한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아복통에 대해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박시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심리적 요인 대부분이지만 응급상황 있어=아기들은 어른처럼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표현을 잘 못한다. 그 대신 보채거나 우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부모들은 아기가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면 꾀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대부분은 심리적인 원인이거나 큰 이상이 없어 큰 문제는 없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복통의 원인은 심리적 요인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스트레스 등을 해결해 주는 것만으로 증상이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 중에 약 10%정도는 실제로 병변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변이 있어 생기는 복통의 증상으로는 체중감소, 혈변, 잦은 구토, 성장장애, 수면장애, 만성 설사 등이 있고 5세 이상에서 14세 이하의 반복적인 복통일 때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만성 반복성 복통 외에 장염이나 식중독, 변비 등으로도 복통을 호소할 수 있다. 열이 복통보다 먼저 발생한 뒤 복통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배의 문제보다는 배 이외의 감염성 질환, 즉 폐렴, 편도선염, 중이염 등 흔한 질환 등을 의심해 볼 수 있고, 복통이 선행되고 열이 난다면 장의 염증성, 감염성 질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응급소견 보이면 최대한 빨리 병원 찾아야=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많이 아파하면 병원을 찾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일 때에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어서 최대한 빨리 병원에 오는 것이 좋다. 1세 전후로 배가 몹시 아픈 것처럼 심하게 보채는 경우, 그리고 복통이 수분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있는 경우, 붉은 잼 같은 변을 보는 경우에는 장중첩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구토의 강도가 높으면서도 특히 금식 중에도 구토가 지속 되는 경우, 담즙이 섞인 연둣빛 구토는 장관 폐색 등 심각한 질환을 암시할 수 있다. 복통이 심해서 배에 손을 못 댈 정도로 아파하는 경우나 복부 타박 후에 심한 복통은 복막염 등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복부의 특정 부위에 국한돼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대표적으로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 등 국소적인 복막염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다. 과거에 복부 수술을 했던 아이라면 장 유착에 의한 장폐색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담즙은 담관을 통해서 십이지장으로 나오기 때문에 초록빛을 띠는 노란 물, 즉 담즙성 구토는 장폐색을 시사하는 소견이고, 구토가 심할 경우, 금식했을 시에도 구토가 지속되거나 하는 경우 특히 더 의심할 수 있다. 비담즙성 구토일 경우에는 십이지장 상부, 즉 위에서 음식물이나 위액이 잘 내려가지 않는 비후성 유문협착증일 수 있다. 모두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담즙성 구토를 보이는 경우, 복부 팽만, 발열, 혈변 등이 동반될 때 더 응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탈장, 중장염전, 충수돌기염 등 빠른 수술 필요할 수도=탈장은 소아외과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엄마 배 속에서 7-8개월 정도에 고환이 후복강에서 음낭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때 고환이 내려온 길이 잘 닫히지 않아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초상돌기가 완전히 폐쇄되지 않아서 장이 들락날락할 정도로 복강과 연결이 된 경우를 탈장, 그리고 복수가 찰 정도의 연결을 갖는 경우를 음낭수종이라고 한다. 이름은 완전히 다르지만 발생 기전이 같은 비슷한 질환이며 치료방법도 동일하다.

이러한 탈장은 대부분 남자아이에서 많으며 미숙아에서 특히 많다. 대부분 우측에서 많고, 10%에서는 양쪽 탈장으로 보이게 된다. 그리고 왼쪽 탈장의 경우에는 오른쪽에도 탈장이 있을 확률이 좀 더 높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괄약근이 유문이라고 하는데 비후성 유문협착증은 이 유문이 비후되어 음식물이나 위액이 잘 내려가지 않는 질환이다. 유문의 비후 여부는 초음파로도 진단이 가능하고, 남아에서 여아보다 많고 출생 직후가 아니라 생후 3-5주에 많이 나타나게 된다.

장 중첩증은 장관이 다른 장관 내부로 말려들어가서 중첩되는 질환이다. 장중첩증도 남아에서 많고, 생후 2개월부터 2세까지에서 주로 발생한다. 답증성 구토가 있을 수 있으며 포도잼과 비슷한 혈성 점액성 변을 볼 수 있다.

중장염전은 장이 시계방향으로 꼬인 상태를 말한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자랄 때 장이 배 안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270도 회전을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을 장 회전 이상이라고 한다. 장 회전 자체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으나, 장이 고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장이 꼬여버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중장염전이 발생하면 중장, 쉽게 말해 대장 일부를 제외한 소장 전체로 가는 혈류가 차단된다. 때문에 치료가 늦게 되면 장들이 괴사되고, 대부분의 장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소아외과 최대의 응급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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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박시민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도움말=박시민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박시민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소아 수술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박시민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소아 수술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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