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최원준 건양대학교 병원장 인터뷰

최원준 건양대병원장은 메르스를 비롯한 신종 전염병이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방을 위해 과감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최원준 건양대병원장은 메르스를 비롯한 신종 전염병이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방을 위해 과감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지난 20일로 1년이다. 대전도 메르스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한국 첫 메르스 환자 확진 꼭 열흘만인 지난해 5월 30일 건양대병원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건양대병원은 발 빠른 대응 덕에 병원 외로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건양대병원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크고 작은 일을 겪은 뒤 제 2병원 건립에 당시 경험을 녹여내 한 단계 진화한 병동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건양대병원 감염병 담당부서 실무책임자로 근무했던 현 최원준 건양대병원 원장에게 당시 상황, 메르스 전후 바뀐 의료체계, 제 2병원 건립 계획 등을 들어봤다.

-예고없이 닥친 메르스, 당시 상황은 어땠나.

"메르스로 의심된다는 전화를 받은 후 병원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16번 환자가 2시간가량 머물렀던 응급실과 입원병동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해 이들을 진료했던 의료진도 모두 격리대상이 됐다. 호흡기내과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의대 및 간호실습생 등 70여 명이 자가격리 되면서 의료인력이 부족해졌다. 격리병동인 33병동에는 간호인력이 부족해 2명이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했다. 이곳에 출입하는 모든 의료진은 방호복과 고글, N95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의료진의 가족들도 고통이 이어졌다. 의료진 가족들에 대한 유언비어나 괴담 등을 접할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회에서는 오히려 격리자로 인식하는 것이 슬펐다. 하지만 의료진들이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것도 사치였다. 눈앞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었다."

-메르스 사태로 한국 의료계 민낯이 드러났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메르스 사태로 인해 그동안 간과했던 한국 의료의 관행이 낱낱이 분석됐다. 14번째 확진자가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에 체류한 시간이 최소 48시간 이상이라고 알려진 후 응급실 진료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미한 질환으로 방문한 환자들이 병실이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응급실의 많은 공간이 외래진료실처럼 변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병실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입원환자의 병실은 병마에 지친 환자가 진단과 의료처치를 받는 소중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옆에서 웃고 떠들며 식사를 한다든지, 다수의 사람이 병문안 한다며 몰려와 옆 침대 환자의 회진이나 처치가 우선되지 못하는 현실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양대병원은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증축하면서 감염병 전용 응급진료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고자 휴게공간을 새로이 만들고 사이버 병문안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보호자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제2 병원 건립 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시설 및 다인실 문화 개선을 위한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메르스,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열려있지 않나.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던 메르스가 현재 국내에서 종식됐다고 하지만 국제화 시대에 언제라도 이 같은 신종 전염병은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에서는 꾸준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매주 1-2건의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등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중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부의 꾸준한 예산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며 기본진료 행위를 보존해주는 기존 의료수가 제도는 감염병 예방 등 의료의 질 향상에 방점을 맞춰 과감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아무런 예고 없이 닥친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데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음은 이해할 수 있어도 새로이 똑같이 일을 겪는다면 그 여파는 그야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제2 병원 구상과 신임 원장으로서의 포부는.

"새 병원에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환자의 안전과 질 향상을 위한 `감염관리`다. 앞으로 감염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인구감소 등을 고려해 1인실화를 구상하고 있다. 다인실도 5-6인실은 환자 만족도가 떨어지고 감염관리에도 취약해 1인실을 제외한 다인실은 4인실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건양대병원 병상 수는 850병상으로 여기에 600병상 이상 규모의 제2 병원까지 건립하면 약 1300-15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으로 자리매김 한다는 계획이다. 새 병원 건립에 역점을 두는 것은 IT와 의료를 접목한 미래형 첨단 병원이다. IT(정보기술)와 의학기술을 접목한 병원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저는 건양대병원 의료의 중증도를 높이고 전문화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간 부족했던 분야의 진료를 활성화 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활성화도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또 병원 발전을 위해 각 분야에서 책임지고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책임 경영을 시행할 것이다. 최근 의료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하는 병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 현실이다. 과거의 틀이 표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발전과 도약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환자 안전과 의료질 향상을 큰 원칙으로 삼아 병원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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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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