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룡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류호룡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어지럼증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증상 중 하나로,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은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익숙한 증상이다.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주로 빈혈 때문이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빈혈이 어지럼증의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어지럼증은 증상의 양상 또는 병인(病因)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증상에 따라서는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과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아찔아찔한 느낌이 드는 비회전성 어지럼증으로 나눈다. 그리고 병의 원인에 따라서는 뇌의 이상, 귀의 평형 기관 이상, 심인성 원인 등으로 나눠 파악한다.

뇌의 이상인 경우 주로 나이가 많고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며 갑자기 어지러워 비틀거린다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한쪽 팔다리로 힘이 빠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의심해 봐야한다. 이러한 경우 CT나 MRI와 같은 뇌의 영상의학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인체의 균형감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의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은 갑자기 머리나 몸의 위치가 바뀔 때 생기며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 양상으로 나타난다. 어지럼의 지속시간은 환자들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며, 구토나 울렁거림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중풍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전정기관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은 귀의 이석치환술 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며 안정이 주요한 치료요점이다. 또한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귀의 균형감각 이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해 이에 대한 침치료와 뜸치료, 한약치료를 진행해 증상 개선을 도모할 수 있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경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인체의 구조적 이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턱관절과 상부경추의 비틀림, 경추 근육의 긴장과 일자목 등의 자세이상 등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경추 1,2번의 이상은 추골동맥의 혈류 순환부전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어지럼의 경우 턱관절 및 경추를 바로잡는 추나 교정치료를 통해 척추를 재정렬하고 뇌혈류 순환 개선 및 신경근 자극에 의한 중추신경계 불균형 해소를 도모한다. 경추의 구조적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의 경우 이러한 교정치료로 뇌의 기능적 이상이나 귀의 전정기관의 이상이 없는 어지럼증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노인성 어지럼증의 경우 고령과 체력저하, 퇴행성 변화로 전정신경계의 기능을 비롯한 뇌기능의 약화, 뇌로 오가는 혈류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나타날 수 있는데 보행 장애, 이명, 눈의 피로,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함께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한의학적 진단을 통해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고 침치료를 통해 원기를 보충하고 혈류순환을 개선하여 어지럼증을 치료할 수 있다.

구조적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아닌 경우, 심인성 어지럼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인성 어지럼증은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스와 피로누적, 혈액 순환 장애 등에 의해 주로 발생하며 그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기질적 원인이 없는 심인성 어지럼증은 현대의학적으로 뚜렷한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 한의학적 접근이 더욱 유용하며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크게 3가지로 원인을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스트레스로 인해 기혈(氣血)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경락 간의 부조화로 인해 인체의 균형이 깨져 발생할 수 있는 어지럼증, 피로의 누적과 체내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탈진성 양상의 어지럼증, 대사기능 저하 및 비위(脾胃)의 소화기능 저하에 의한 정체(停滯)성 어지럼증 등이 있다. 원인에 따른 진단과 치료계획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의 개선뿐만 아니라 증상이 자주 발생되는 그 원인까지 미병적(未病的) 관점에서 파악하여 재발 방지까지 고려한 전체적인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