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보낸 대흥동 2동사무소 앞을 가로 지르던 냇가에는 말잠자리나 호랑이잠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자주 테미방죽(현 테미시장)까지 원정길에 나서야 겨우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중구에도 보문산에서 시작해 공설운동장 앞으로 해서 대전천으로 유입하는 대사천, 천근마을에서 시작해 문화동을 가로지르면서 오류동으로 흘러 유등천으로 합치는 냇물과 유천동 중앙을 가로 지르던 물길이 있었다. 대흥동 파출소 뒤에서 시작하여 중앙로를 거쳐 선화동 어린이 놀이터 인근에서 도청을 휘감아온 개천과 합쳐 선화초등학교와 대전여상 사이를 지나던 천(川), 목양마을에서 목동으로 가로 지르는 천, 변동에서 내동, 가장동을 거쳐 용문동을 가로 질러 유등천으로 합치는 천, 갈마동과 유성에서 각기 갑천을 향해 흐르는 냇물 등 곳곳에 많은 물길이 있었다.
그런데 도시개발로 복개되어 하수도로 바뀌고, 그 위로 차도가 개설되었다. 우린 여기서 물고기와 잠자리 잡으면서 놀았고, 지렁이와 땅강아지를 잡아 방학숙제로 제출하였다. 겨울이 되어 얼음이 꽁꽁 얼어 썰매를 지치던 시절이 그립다. 가는 길이 복잡하여 불편하고 멀더라도, 복구가 된다면 깨끗한 냇물이 흐르던 모습이 보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청마루 밑으로 물이 흐르는 형식을 갖춘 보기 드문 전통건축물 2개나 대전에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가양동에 있는 송시열이 강학하던 정면 4칸, 측면 2칸에 홑처마 맞배지붕의 남간정사(南澗精舍)와 계족산 비래사에 있는 동춘당 송준길이 학문을 연마하고 강학하던 정면 3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인 옥류각(玉溜閣)이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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