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척결 부모 인식 개선 사회·국가 예방체계 구축 필요

"아동학대 외면하지 마세요!"

보건복지부에서 아동학대 신고 캠페인을 위해 만든 슬로건이다. 아동학대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3899억-76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늦은 감이 있다. 76조 원을 들여서라도 아동학대가 근절된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동학대란 일반적으로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학대는 국가마다 규범과 훈육 방법이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젠 가족조차도 사소한 신체적·언어적 폭력도 곧 학대이고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대`와 `훈육`, `범죄`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식을 내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학대가 `남의 집안일`이라는 방관하는 자세 등이 아동학대를 키우는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가부장적 전통과 가정 내에서 자녀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기보다는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해, 내 자식을 내가 훈육하기 위해 체벌하는 것이 용인되는 사회문화도 문제이다.

지난해 12월 인천 초등생 감금 및 학대·탈출 사건 이후, 정부는 의무 교육 미취학 및 장기결석 아동 등을 대상으로 관리 매뉴얼을 마련하여 합동점검을 했다. 이 과정에서 평택 아동학대 사건 등 자칫 모르는 채로 지나칠 수도 있었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지난 2013년 10월 울산 초등생 구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보완과 범정부 아동학대 종합대책의 하나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이 제정되고,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조기발견 보호 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14년부터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6년 5202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665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및 종합대책 시행으로 신고의무가 강화되고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앞에서처럼 신고 건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실정이다. 아동 1000명당 아동학대 발견율은 한국 1.3명인데 비해 미국과 호주는 각각 9.1명, 7.9명이다.

지난해 대전시의 아동학대 사례 건수를 다른 시와 인구 비례해 비교해 보면, 대전은 1만 명당 2.16명으로 울산 2.89명, 부산 0.96명, 대구 1.37명, 인천 1.69명, 광주 1.72명 등 6대 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울산의 경우 공업도시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대전시의 아동학대 정책에 세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아동학대 척결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역할 분담으로 실효성 있는 예방체계 구축과 실천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아동복지법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대 피해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지자체의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UN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CRC)은 어린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발달단계에 있으므로 다른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

필자도 과거 아이들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가정의 문제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젠 법과 제도에 우리의 아이를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양육에 대한 부모의 인식개선과 함께 국가와 지역사회도 방관자에서 벗어나 아동학대 예방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 옷으로 몸을 가리기, 구타의 흔적, 계절과 맞지 않는 복장, 집에 가기를 두려워 하는 것, 장기 결석 등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에 조금만 더 귀 기울이고 112 전화번호를 누르면 된다. 작은 용기가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고 아이와 가족의 행복을 지켜낼 수 있다. 박민자 대전시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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