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김모(20·여)양은 몇 달 전부터 복통과 설사 증상으로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 처음에는 일반 장염으로 생각하고 약을 먹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대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고 치질 증상도 생겼다.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본 결과 김양은 `크론병`으로 진단됐다. 가수 윤종신씨가 투병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된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에 대해 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완치 불가능해 평생 조심해야=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기관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질환 크론병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크론병은 10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20대까지 주로 나타나는 병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많은 합병증에 시달리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을 잘 복용하는 등 환자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서양에서만 발생한다고 알려졌던 크론병이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젊은층에서 주로 발생하고 일단 발병하면 평생을 조심해야 한다. 크론병을 단순한 소화 이상으로만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크론병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유전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 중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장 내 세균이 문제를 일으켜 소장과 대장이 반응하고, 비정상적인 면역반응 때문에 염증이 발생해 증폭되면서 소장·대장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아직까지는 희귀병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난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 안심할 수는 없다. 크론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국내 약 5000명 정도이며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복통, 체중감소, 항문병 나타나=크론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복통과 설사 체중감소가 있다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하고, 50% 이상은 항문병변인 치루나 치핵 등이 나타난다. 합병증으로는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과 누공, 장이 줄어드는 협착, 복부농양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소아에서 발생했을 때는 장이 영양을 흡수하지 못해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장뿐 아니고 눈이나 관절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는 등 매우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크론병은 한 가지 검사로는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환자의 증상이나 의사의 진찰소견과 함께 혈액검사, 내시경, 조직검사, 소장조영술, 캡슐내시경 등의 검사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합병증 유무를 관찰하기 위해 CT검사도 시행해봐야 한다. 장 내부를 볼 수 있는 내시경과 조직검사가 가장 중요한 진단법 중 하나다.

무엇보다 대장내시경 검사소견이 가장 중요하다. 소견을 보게 되면 길고 깊은 궤양이 띠 모양으로 생기고 주위는 자갈밭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크론병은 완치가 힘들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지만, 일단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된다. 초기에 염증과 협착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방치하면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고 삶의 질이 점점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조기에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뿐 아니라 합병증을 미연에 막을 수 있어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즉,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긴 하나 다양한 치료를 통해 충분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치료에 주가 되는 것은 약물치료다. 염증을 줄이는 약을 사용하고 두 번째는 면역억제의 일종인 부신피질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그리고 항생제와 생물학제제를 사용하게 된다. 수술은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합병증이 심해 약물치료 불가능할 때 시행할 수 있으며, 가능한 최소한의 범위를 절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극복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생각 가져야=크론병이 완치가 어렵다고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좋지 않다.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질환이며,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 마음가짐이나 생활태도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크론병에 걸렸을 때 절망하지 말고 평생 함께 가야 하는 친구로 생각하고 병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크론병은 환자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최신 의학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별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

크론병 환자에게 식사법은 매우 중요하다. 또 장을 자극할 수 있는 기름기 많거나 커피, 술, 담배 등은 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도 크론병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크론병 환자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허규찬 교수가 크론병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크론병 환자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허규찬 교수가 크론병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도움말=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도움말=허규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