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부모·일자리 못찾는 자식 부양 은퇴 기로에선 베이비부머 세대 한숨 경험 활용 새도전 '셀프부양' 고민할때

나는 정년을 2년 조금 넘게 남겨 두고 있다. 1970년의 평균수명만큼 산다고 할 때는 정년과 함께 인생도 졸업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년을 맞을 때에는 2014년을 기준으로 한 기대수명만큼 산다고 해도 20년(남성 기준)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1970년이었다면 정년 이후의 일이나 직업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겠으나 현대를 살아야 하는 나는 정년 이후에도 무엇을 할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1차 베이비부머(1차 1955년-1963년 출생 약714만명, 2차 1968년-1974년 출생 약606만명) 세대다. 나와 같은 세대를 `낀 세대`라고 한다. 빈곤한 부모세대를 공양해야 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자식세대들을 부양해야 한다. 이 세대는 근대화의 기수였고 1980-90년대 고도성장의 주역이었으며, 1987년 민주화의 일원이었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농업사회에서 성장하여 정보통신 지식기반사회에 살고 있다. 총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이 세대의 임금근로자 정년퇴직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60세 정년 직업군도 2015년부터 은퇴가 시작되었다. 1차 베이비부머 714만 명 중 임금 근로자는 33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2020년까지 매년 수십만 명이 퇴직자가 된다.

KBS는 명견만리 `베이비부머 기로에 서다`에서 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은퇴폭탄`이라고 했다. 이 프로에서 보건복지부의 2011년 자료를 인용하였는데, 은퇴준비가 충분하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2%만이 충분하다고 답변했다. 같은 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56.3%가 퇴직이후 노후생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응답했고, 퇴직 후 가장 큰 걱정거리는 64.3%가 생계비, 자녀교육비 등 경제적 문제라고 답했다. 2011년 국민연금공단 발표에 의하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373만명을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 세대는 평균 매달 15만원 정도를 국민연금에 납부하고 월 45만 8000원가량의 연금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명견만리에서 `은퇴폭탄`이라며 큰 사회문제로 지적한 것을 이해할 만하다.

나의 정년 이후를 생각하다 우리나라 전체 베이비부머의 문제를 살펴보게 되었지만 노후불안을 느끼는 베이비부머는 어떻게 내일을 맞아야 할까? 자녀세대에게 부양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자녀세대는 스스로를 짊어지기에도 고단해 한다.

이제 베이비부머는 `셀프부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노후를 위해 수입을 만들어내야 하고 적은 연금을 수령하는 이들은 연금 외에 기타수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셀프부양을 위해서는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을 할 수는 없다. 이제까지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새도 없이 살아 왔다면 여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고용정보원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 후 도전할 만한 직업을 소개하는 `인생 2막, 새로운 도전`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베이비부머들이 도전하기에 적합한 직업 30개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는데, `틈새도전형`, `사회공헌·취미형`, `미래준비형`이다. `틈새도전형`은 베이비부머의 가장 큰 장점인 직장경력과 풍부한 인생경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전할 수 있는 직업으로 `1인 출판기획자`, `도시민박 운영자`, `유품정리인` 등이다. `사회공헌·취미형`은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거나 취미로 일할 수 있는 직업들로 `청소년 유해환경감시원`, `마을재생 활동가`, `문화재 해설사` 등이다. `미래준비형`은 `라이프코치`, `노년 플래너`, `이혼 상담사`, `산림치유 지도사` 등이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 `틈새도전형`, `사회공헌·취미형`, `미래준비형`을 준비해보자. 여생을 가치 있게 살 수 있는가는 이제 온전히 당신이 선택하기에 달려 있다.

최재권 나사렛대 생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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