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가 녹록지 않는 고지 트레킹의 한계에 도전하는 여행자는 참 멋지다. 그러한 도전에 나서면 대자연의 숭고함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절감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고집스러운 자존심과 경쟁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만 사달이 나고 만다.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미련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올라가야 비로소 정상에 성공적으로 오를 수 있다.

경기불황 침체의 늪이 깊어져 명퇴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히말라야 등 수천 미터 고지(고소) 트레킹에 도전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준비 미흡과 테크닉 부족 등 여러 요인이 겹쳐 고산병의 복병을 만나 자칫 생사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이른바 `고산병`은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해발 2500m부터 두드러지는 산소 부족과 저기압 등의 요인으로 고소(高所)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신체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져 결국 극심한 고통을 겪는 증상을 일컫는다. 참고로 해발 1000m 지점에서는 88%에 이르던 공기 중 산소밀도는 해발 3000m 지점에 이르러서는 68%로 확연히 줄어든다. 흔히 "히말라야 트레킹에 성공한 사람만이 등산의 멋과 맛은 물론 인생의 참 뜻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고지 트레킹에 나서는 분들 중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고지 트레킹 성공의 관건은 고소(高所) 적응능력이다. 이는 평상시 갈고 닦은 체력이나 체질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고지 트레킹에 나서는 한국인들은 이 고산병을 가장 무서워하면서도 실전에 임해서는 이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 고산병에 대해 여정 내내 철두철미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십리도 가지 못해 발병이 나고 만다. 고산병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고지 트레킹에 나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목표지점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도포기하게 된다. 고지 트레킹에 나서보면 고도 4000m와 5000m는 하늘과 땅 차이임을 알 수 있다. 대자연은 참 솔직해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그러한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 최대한의 겸양지덕으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거대한 대자연의 거함 앞에서 미미한 존재에 불과 한 스스로의 존재를 직시하고 평상시보다 더 경건하면서도 겸허한 자세로 자신을 낮춰야 비로소 적자생존할 수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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