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화로 가정 해체 심화 존중·배려 가족문화 되살려야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아름다운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생각하고 사랑과 감사를 나누는 특별한 달로 다가온다. 가정과 관련한 기념일이 유독 많다.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입양의 날, 세계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이어진다.

이맘때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린다. 이름난 관광지나 휴양시설, 음식점은 가족단위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관련업체들은 가정의 달 특수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사람들은 잠시나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크고 작은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러한 모습은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구성원들은 개인주의화 되었다. 희생과 배려보다는 자유와 독립에 우선의 가치를 둔다.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부부간, 고부간, 부모 자녀 간 갈등이 심화되고 가정불화, 가정해체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성, 효, 예와 같은 공동체의 가치기준을 교육했던 가정의 기능이 사라졌다. 부모의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이 없다 보니 청소년의 탈선과 비행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교육상 꾸중을 한다든가 체벌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반항을 하고, 학부모로부터는 어김없이 항의가 들어온다.

또한, 가족의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별거, 가출 등으로 가족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정 해체의 종점인 `이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 대비 이혼율은 40%에 육박하고 있고, 2012년 현재 이혼부부는 11만 4300여 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근래에는 2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노년부부의 황혼 이혼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사회적·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면서,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우리 삶에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휴식과 안정을 통하여 사회생활에 필요한 원동력을 얻는 곳이다. 인격이 형성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과 행동 양식을 배우는 곳이자, 한 사람의 삶의 과정에서 즐거움과 성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주는 곳이다. 인생의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가정이 행복하고, 즐거울 때 학교생활, 직장생활에서도 활력이 넘치고, 일의 능률도 올라간다. 반대로 가정생활이 흔들리면 학교, 직장생활도 흔들린다. 건강한 가정이 많아야 사회가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옛 말에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가정이 세상의 출발점이며,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여러 번 반복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은 사회를 떠받치는 기본이기 때문에, 행복한 가정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 집안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개인과 함께 시민단체, 지자체, 국가가 함께 노력해한다.

우리 시는 일찍부터 `여성·가정친화도시`를 지향해 왔다. 건강한 가정 만들고, 가정친화 문화 확산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왔다. 특별히, 올해 7월에는 세계 가정 석학들의 올림픽인 세계가정학총회가 대전에서 열린다. `가정친화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리고, 건강한 가족문화를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가정의 행복을 키우는 데 역량을 결집하고, 지속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가정친화도시가 되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건강하고 따뜻한 가정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진정한 최고의 행복은 가정으로부터 나온다. 행복한 가정의 달 5월, 가정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권선택 대전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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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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