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찐 살은 키로 간다? 오해 성조숙증 유발 성장판 일찍 닫혀

이경민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경민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자녀가 성장기일 때 1㎝라도 더 컸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장호르몬에 관심을 많이 갖지만, 성장호르몬은 키를 단숨에 키우는 마법의 약이 아니다. 10㎝ 이상 효과를 보는 아이도 있고, 2-3㎝에 그치는 아이도 있으며, 효과를 아예 못 볼 수도 있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뼈와 근육의 성장을 돕는다. 성장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당연히 키가 작을 수밖에 없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생산한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것이 성장 치료다. 또래보다 5㎝ 이상 작거나 성장 속도가 1년에 4㎝ 미만이라면 일단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성장판이 완전히 닫혔다면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없다. 병원에 오면 X레이로 손목 사진을 찍어 뼈 나이를 측정하는데 이는 뼈가 얼마나 자랐는지, 앞으로 얼마나 자랄 건지를 보는 검사다. 검사에서 이미 성장이 끝났다고 나오면 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고 해도 반드시 성장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이 아니라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지 않는다. 저신장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인데 부모의 작은 키가 원인인 `가족성 저신장`과, 크는 시기가 또래보다 늦은 `체질적 성장 지연`,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저신장`이다.

체질적 성장 지연은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는다. 특발성 저신장은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된다. 저신장 아이 대부분은 가족성 저신장인데 이때는 성장호르몬을 쓸 수는 있으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 모두 간절히 원한다면 성장호르몬을 처방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의 치료 효과는 어렸을 때 시작할수록 좋다. 보통 만 4세부터 치료를 시작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작게 태어나 계속 작게 자란다면 4세부터 치료에 들어간다. 성장호르몬은 체중에 비례해 투약량이 늘기 때문에 어릴 때 시작할수록 치료효과도 좋고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흔히 어렸을 적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많은 부모가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을 믿고 아이를 방치하는데 이와 관련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소아비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여아는 복부지방이 많으면 여성호르몬이 과다분비 되는 경향이 있어 성조숙증이 오면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일찍 시작돼 성장이 일찍 끝난다. 예상 키보다 10㎝ 이상 작게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사춘기가 이르게 왔다면 꼭 치료해야 한다.

아이가 매일 맞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주사만 봐도 공포에 떠는 아이라면 장난감처럼 생긴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바늘이 보이지 않아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혈당이 잠시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고 호르몬 작용이 끝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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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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