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원감축 여파 협력업체도 후폭풍 근로자들 기업에 고용보장 약속이행 호소

경제도시로 성장세를 구가해 온 천안과 아산에 고용불안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지역에 생산시설이 입지한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 등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협력업체까지 여파가 미쳐 근로자들이 정리해고에 내몰리고 있다.

비가 내린 지난 28일 오후. 삼성SDI 천안공장 앞에서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이 비를 맞으며 삼성측에 고용안정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 뒤에는 '59, 60년생 고용보장 약속! 법대로 정년 60세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SDI가 인원감축을 단행하며 직원들에게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SDI가 2014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59년과 69년생의 60세 정년 보장을 약속했지만 최근 들어 해당자에게 재계약은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이 정년 보장 약속은 뒤로 한 채 희망퇴직을 종용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삼성SDI가 외주관리, 해외출장자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청춘을 바쳐 일한 이들을 마치 비리와 연루된 것처럼 호도하며 희망퇴직을 강요한다"고 성토했다. 삼성SDI는 천안사업장 등 전사적 차원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직원 수 1만 1000여 명 가운데 1200여 명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천안, 아산에 소재한 대기업 사업장들의 구조조정은 협력업체들에도 발등의 불이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아산의 A사는 수주물량이 기존 250-300명 규모에서 100명 가량으로 감소하며 대대적으로 인원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아산의 B사는 최근 수주 물량 감소로 직원 가운데 일부를 권고퇴직했다.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는 생산직 근로자 400명 가운데 100명 가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저울질 하고 있다. 또 다른 아산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도 인원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수백 조원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불황을 앞세워 고통을 협력사들에게만 전가한다는 불만이다. 아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모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그림의 떡"이라며 "대기업이 갈수록 단가를 낮추고 발주 물량을 줄여 협력사는 인원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일각에서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가 상승한 현대자동차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외주 물량을 줄이면 아산, 천안 등 협력사들의 고용불안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내수 및 수출이 줄어 재고가 2만여 대에 달해 일부 라인의 조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자동차산업 불황이 지속되는 점도 협력업체들의 인력 감축 고민을 키우고 있다.

노동계는 위기 탈출에 인원감축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산시노사민정협의회 이원엽 사무국장은 "기업들이 무작정 정리해고 보다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면서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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