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소재 S산업이 썩은 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한 전분을 생산한 사실이 제보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 업체에서 만든 썩은 소맥전분이 대형 식품 업체로 유통됐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데에 있다. 시중에서 흔히 구매하는 맥주, 라면, 과자, 어묵 등 제품에 섞여 들어갔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멋 모르고 이런 2차 가공식품류를 입에 넣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더구나 썩은 밀가루 포대에 곰팡이가 피어나고 설치류가 돌아다닌 사실이 증명됐다면 작정을 하고 '혐오 전분'을 제조했다는 얘기다.

이번 썩은 밀가루 전분 사건은 얼핏 지방 소재 어느 전분가공업체의 식품위해 관련 일탈로 보기 십상이고 그러다 보면 사안을 단순하게 보게 된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파악하면 달라진다. 첫째, S산업 논산 공장은 올해 20년째 가동중에 있다고 한다. 유추하면 S산업에서 이 전분제조공장이 차지하는 물량 공급 비중이 높았을 것이다. 현지 공장의 전분제조 공정이나 품질 면에서 본사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느슨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둘째, S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분과 간장의 재료인 글루텐을 제조·판매해온 것으로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두 품목에 관한한 독점 공급업체로서 시장지배자의 지위를 누려온 배경이다. 셋째, S산업과 동렬에 있는 계열사 S식품 과 지주회사 격인 S홀딩스와의 삼각관계다. 특히 세 곳을 이어주는 고리는 논산 전분 공장이다. 논산 공장이 전제됐을 때 같은 계열사의 장류제조업이 성립한다. 물론 두 곳의 꼭지점엔 홀딩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봐야 하며, 그런 까닭에 이번 전분 파문과 관련해 경영상 혹은 정황상 지휘·감독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식품위해 사범이 사회에 미치는 여파는 길고 오래 간다. 이를 증명하듯 논산 전분 사건을 이첩받은 논산시, 식약처가 각각 사실관계에 조사에 착수한 상태고, 동시에 경찰도 사안의 파급력을 감안해 수사 단서와 증거 수집에 나섰다. 양심불량 업체가 발 붙일 수 없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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