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어디론가 떠나는 나그네의 짐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다. 짐이 무거우면 그만큼 마음도 무거워지고 여정의 여독과 부담감도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오래 전 초보 자유여행자 시절 여행 비즈니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한 선배와 함께 5박 여정의 인도차이나 지역 출장여행을 간 적이 있다. 당시 그 선배는 공항 출국장에 007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당시 나는 매일 갈아입을 겉옷과 속옷에 여행지에서 그다지 쓰잘머리 없는 잡다한 것으로 여행캐리어를 바리바리 가득 채워 나왔다. 그 선배는 그러한 내 모습을 보고 "여행 고수일수록 휴대하는 여행 가방이 작고 가볍다"며 "나는 아무리 무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더라도 여행지 숙소에서 속옷과 양말은 매일 빨아 입거니와 면도기 등 꼭 필요한 용품만 챙겨 떠나는 게 습관화 됐다"고 말해 참 무안했던 적이 있다.

여정이 복잡한 자유여행을 다녀보면 들고 다니는 캐리어의 부피가 크고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여행지를 이동하면서 짐을 꾸리거나 대중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짐이 무거우면 대중교통수단 이용의 기동성도 떨어지고 미처 생각지 못한 높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해 진땀 깨나 흘린다. 그리고 여행지 이동 시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 짐의 무게가 23㎏ 미만까지만 추가요금 없이 탁송이 가능하다. 그 이상이 되면 추가요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 흔히 배낭여행 고수들은 여행기간이 30일 정도 되더라도 60ℓ 배낭 하나면 무난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 전략적으로 큰 배낭은 숙소에 놓고 해당 여행지에서 하루 여정에 꼭 필요한 것만 담아 다닐 수 있는 자그마한 배낭 하나를 여벌로 준비해 가야 더욱 효과적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아파트나 개인주택을 단기 임대해 사용하는 자유여행자들은 숙소에 머무르는 동안 요리해먹을 식자재를 잔뜩 준비해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요 도시 어느 곳에서든지 슈퍼마켓 등에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우리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그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짐을 싸기 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꼭 여행에 가져가야 할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 볼 필요가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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