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많아 오락가락 하는 법적용 문제 국민불편 줄여주는 게 우선

야구장을 찾는 사람에겐 몇 가지 즐거움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고 다음이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다. 야구장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기장 중 하나다. 야구관중이 즐겨 찾는 것 중 하나가 맥주와 치킨이다. 피자나 햄버거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지만 야구장엔 역시 `치맥`이 대세다. 관람석을 옮겨 다니며 생맥주를 파는 일명 `맥주보이`가 야구장의 명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맥주보이`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이 야구장의 맥주 이동식판매를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유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맥주보이`에 대한 위생문제를 지적한 게 발단이 됐다. 식약처는 맥주를 이동식으로 판매할 때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맥주통이나 용기에 이물질이 들어갈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식약처 요청으로 규정을 검토한 국세청도 `맥주보이` 허용이 어렵다고 봤다. 명문규정은 없지만 유사한 법규로 규제를 하게 된 것이다.

야구팬들의 거센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야구장에서 `맥주보이`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는 것이다. `맥주보이` 자체가 야구장 관람문화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맥주보이`는 야구장의 상징이 됐는데 왜 우리만 규제를 하느냐는 반발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식약처는 재검토 끝에 허용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세청도 식약처 판단을 근거로 `맥주보이`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같은 기관에서 서로 상반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반발 여론에 백기를 든 꼴이 돼버렸다. 여기에 더해 국세청은 주류 소매점의 선물용 와인택배 서비스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치맥 배달`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이유는 국민편익을 감안해서라는 것이다

`맥주보이` 소동을 보면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규제와 허용을 오가면서 법이나 규정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식약처와 국세청의 해석은 오락가락 한 것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여론의 거센 반발이 일자 입장을 뒤집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법과 원칙에 충실했다면 도저히 일어날수 없는 일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라면 진작에 고쳤어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겪는 각종 규제도 `맥주보이`는 아닌지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애매한 법 규정도 문제지만 공무원들의 일관성 없는 법 적용이 더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자의적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다름 아닌 것이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규제 철폐는 역대정부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왔던 일이다. 김대중 정부가 그렇고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관련 규제개혁이 단연 화두가 되기도 했다. 전남 대불산업단지의 두 개의 전봇대는 규제개혁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5년여 동안이나 질질 끌던 난제(?)가 대통령 당선인의 언급으로 사흘 만에 전격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역대정부의 `전봇대 뽑기`도 집권 초기에만 반짝하다 결국엔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맥주보이` 논란은 단순히 생맥주를 판매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규제는 흔히 `손톱 밑 가시`로 불린다. 하루라도 빨리 제거해야 고통을 줄일 수가 있다. 여야 3당이 일자리창출 법안으로 불리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을 19대 마지막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민생·경제 법안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국회는 야구장 `맥주보이` 규제 소동을 계기로 또 다른 `맥주보이`는 없는지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할 게 아니라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얼마나 실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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