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DNA 가진 충청인, 협업 시대 큰 역할 기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이 제4의 물결인 협업 시대의 충청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이 제4의 물결인 협업 시대의 충청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이어령 선생과 스티브 잡스, 알리바바의 마윈, 나영석 PD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융복합 지능이 대단히 뛰어난 분들이라는 거죠. 이 선생의 고향이 충남 아산, `1박2일`을 만든 나 PD는 청주 출신입니다.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부여)는 시대를 앞서간 경우였죠. 이처럼 충청인들에게는 특별한 융복합 DNA를 지니고 있습니다. 충청인들이 제 4의 물결인 협업 시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협업 선구자` `협업 전도사`로 불리는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은 "충청인들의 소통과 경청, 조화와 배려 정신은 정치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를 이끌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4·13총선 결과에 대해선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적 성과를 내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규정한 뒤 정치권에 `협치`를 역설했다.

-왜 협업인가?

"인류는 수직적 분업시대에서 수평적 협업시대로 대전환하고 있다. 분업은 주어진 업무나 위에서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고, 협업은 조직전체의 목표를 알고 처음부터 서로 협력하면서 일하는 방식이다. 협업을 하면 단순한 시너지가 아니라 거대한 시너지 즉 메가시너지가 나온다. 똑같은 경영자원을 투입해도 몇 배의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조직의 성패는 협업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협업에 뛰어들게 되었나?

"지난 30여 년 동안 연구원과 방송인, 교수, 저술가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해왔다. 최근 10년 대학총장과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하면서 지구촌의 주요 당면 의제들과 국정과제들을 공부하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지금이야말로 문명의 대전환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제 3의 물결에서 제 4의 물결로 그리고 무한경쟁 신자유주의에서 상생의 신인본주의로 대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인공지능, 빅데이타.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같은 이른바 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자본주의 4.0 등의 신가치는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제 4의 물결에서 경영도, 행정도, 가정도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바로 협업이다. 제 3의 물결인 정보화 사회가 밀려올 때 범국가적 정보문화운동을 펼치고 정보화교육과 과감한 투자로 정보강국이 되었듯이 이제는 범국가적으로 협업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지금 한국협업진흥협회를 통해 협업교육과 협업문화진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2년 여 동안 강의와 방송, 저술을 매개로 우리 사회에 협업의 물꼬를 튼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협업은 협동과 어떻게 다른가?

"협동은 서로 돕는 행위 일체를 말하는 것이다. 협업은 서로 다른 강점이나 장점을 지닌 개체들이 수평적으로 협력하여 거대한 시너지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비슷한 부류끼리 협동하면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해왔지만 이제는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여서 융복합창조를 해야 한다. 융복합의 뜻은 서로 다른 것 끼리 섞인다는 것이다. 다름을 배척하고 동종교배나 순혈주의만를 고집하면 망할 수 밖에 없다. 이제 뭉치면 죽고, 연결하는 사는 시대가 됐다."

-협업경제와 협업행정이 뜨고 있다.

"협업경제는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영어로는 Collabonomics라고 표현하고 있다. 스마트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실시간으로 조직 전체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부서간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협업으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부서간의 내부협업뿐만 아니라 외부협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행정도 협업행정으로 바뀌고 있다. 부처간의 장벽에 연결의 문을 내어 처음부터 소통과 공유를 하면서 일하는 것이다. 부처간 협업을 기반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간 민관 협업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3.0 정책은 협업을 통해 행정 업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행정자치부 안에 협업행정과를 두고 있으며 정부3.0위원회를 통해 수십 년 된 수직적 분업행정을 수평적 협업행정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총선 이후 우리 정치도 협치로 바꾸라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협치란 통치와 대비되는 말이다. 통치가 중앙집권적이며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운영체계라면 협치는 수평적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상생적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수직적 통치, 적대적 경쟁, 보스중심의 패거리 문화를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은 지금 협치를 바라고 있다. 이 것이 시대정신이고 새로운 문명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협치는 한마디로 말하면 `협업정치`를 줄인 말이다."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와서인지 호칭도 참 다양하다.

"대학 총장 할 때 만난 사람들은 총장, 공무원교육원장 할 때 알게 된 공무원들은 원장, 요즘 명함을 본 사람들은 회장이라고 호칭한다. 이밖에도 아주 옛적에 만난 사람들은 연구소장이라고 하고, 어떤 분은 `시(時)테크박사`라는 별명을 부르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러 호칭 속에 융복합의 DNA가 들어있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융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고 협업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제 4의 물결시대에는 융복합적 지식과 지능을 가진 인간 즉 호모컨버전스가 각광 받는 시대가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장 듣기 좋은 별명은 `미스터 콜라보`다(웃음). 협업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원천이 있다면.

"중요한 시대적 가치가 봉사와 기부 아닐까. 어려서 가난 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번 돈의 절반은 내가, 나머지 절반 정도는 기부하자는 생각이다. 사업가가 아니다 보니 큰 돈을 내놓지 못해도 적은 돈은 여러 곳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지원, 국제백신연구소 후원회 등에 적은 돈을 후원하고 있고 공군순직조종사 유자녀를 돕는 하늘사랑장학재단에는 매년 100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봉사활동과 자문활동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한 신체와 재능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많이 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재능기부강의도 이어가고 있다. 봉사와 기부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니 사실 아까울 것이 하나도 없다."

-요즘 충청권의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청도의 정신적 가치와 문화는 배려와 균형 그리고 화합이다. 융복합의 시대, 상생의 시대를 이끌어갈 협업형 리더십과 잘 맞아 떨어진다.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에도 충청권이 일정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이제는 좀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시대적 환경이 조성되었다. 정치는 물론 경제·문화·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충청권 출신 협업형 리더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윤은기 회장은

충남(당진)이 태어난 고향이고, 대전(충남중·충남고 졸업)은 성장한 고장이다. 충청권 명사모임인 백소회 단골멤버로 애향심이 깊다. 남다른 안목과 통찰력으로 우리 시대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출발은 경영컨설턴트였다. 이후 기업과 대학에서 강의했다. 또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중앙공무원교육원을 이끌면서 공무원 교육을 업그레이드했다. 민간인으로는 첫 원장이었다. `공무원의 생각이 바뀌면 국가의 운명이 바뀐다`는 소신으로 대변혁을 꾀해 여러 파급 효과를 얻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공직자 인식을 바꾸는 촉매제가 됐고, 규제 혁파로 이어져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호응으로 돌아왔다.

사회공헌활동이 두드러진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재직 중 하늘사랑장학재단에 1억 원 기부를 약정하고 2011년 2000만 원을 시작으로 매년 1000만 원 씩 기부를 실천 중이다.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공군학사장교 출신인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조종사들의 유자녀를 도와 훌륭한 국가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애국이고, 공군에서 배운 것을 갚는 길"이라고 말했다. 2013년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온 100명의 명사들이 강의로 사회 공헌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대한민국 백강포럼`(100인 강사 포럼)을 만들어 이끌고 있다.

저술가로도 이름이 높다. 1990년대 초반 30만 부 이상이 팔린 `시테크-시간창조의 기술`이라는 베스트셀러로 한국사회를 이른바 `시(時)테크`의 열풍 속에 몰아넣었다. `협업으로 창조하라` `대한민국 미래보고서`(공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와 인하대(박사)를 거쳐 방송인과 저술가, 대학총장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 초빙교수를 지냈고, 지속경영학회 이사, 한국기업사례연구학회장,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 서울시 창의포럼 시정부문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총장, 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포럼 회장 등을 역임하거나 맡고 있다.

충청 젊은이들에게는 "존경받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경할 대상이 있는 것도 행복하다"는 김동호 예비역 공군 소장(전 한미연합사령부 참모부장 겸 정보참모부장)의 말을 인용해 들려줬다.

김 장군이 당시 부관인 자신에게 강조한 것으로 "이후 존경할 만한 분을 찾으면 존경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모셨다. 이것이 내 인생을 바꾼 첫 번째 교훈"이라는 것이 윤 회장의 설명이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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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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