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실력으로 공정한 경쟁 세계 최강 부정·비리없는 문화 성공신화 밑바탕 경제·사회분야 지속 발전 최우선 과제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00위 이내에 한국 국적의 선수가 무려 36명이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투혼`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우리 선수들은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대회에서 최근 몇 년간 한해 10여 차례 정도씩 우승하고 있다. 2015년에는 총 31개 대회 중 15개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양궁은 30년 이상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온 중목이다. 1979년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후 처음 참가한 1984년 LA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하계올림픽에서 금 19개, 은 9개, 동 6개 등 총 34개의 메달을 안겨줬다.

물론 다른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으로 우승하거나 극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 메달로는 레슬링이나 유도 같은 종목에서 더 많이 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두 명의 빼어난 스타선수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최고가 아니라 꾸준히 세대교체를 하며 지속적으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두 종목이다. 여자골프와 양궁의 사례는 불모지를 개척하여 믿을 수 없는 성공을 이루어낸 하나의 신화(神話)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공신화는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고, 그 뒤에는 반드시 무슨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하며, 여기서 나름대로 우선 몇 가지 요인으로 정리해본다.

첫째, 선수 각자의 땀 흘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모나 협회 등의 지원도 있었겠지만 각자가 손에 굳은살이 크게 박일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소화해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둘째, 선수 선발이 부정이나 비리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LPGA 선수가 되려면 엄정한 `Q스쿨`을 통과해야 하고 오로지 최종 성적으로만 참가여부가 결정된다. 양궁의 대표선발에서는 학연·지연·외압·부정 등 소위 `빽`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셋째, 경기 진행에서도 협회의 입김이나 심판 재량 등으로 농간을 부릴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진정한 실력을 겨뤄야 하는 개인 종목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협회를 중심으로 다른 종목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장난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넷째,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골프에서는 대회마다 순위가 바뀌고 후순위로 밀리면 대회 참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양궁의 경우 일정 순위 이상의 선수를 대상으로 6차례 정도의 선발전을 거쳐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어려운 대표 선발전을 거치는데 피 말리는 경쟁에 비유되곤 한다.

다섯째, 실력을 갖춘 새로운 선수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골프는 박세리 선수를 뒤이어 소위 `세리키즈`가 등장하여 맹활약하고 있다. 양궁은 지난 4월 19일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났는데 선발된 남녀 6명 중 5명이 올림픽 첫 출전 선수이다. 대회에 참가할 자격은 걸출한 재능이 있거나 명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공정한 선발 기준에 따라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어진다.

여섯째, 실력을 갖추다 보니 선수나 지도자로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골프의 경우 여러 선수들이 일본이나 유럽, 아시아 투어에도 진출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양궁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는데, 2012년 런던올림픽의 경우 양궁에 출전한 40개국 중 11개국의 감독이 한국인이었다.

현재 우리 경제·사회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처지에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성공신화`에서 배워야 하는데, 여자골프와 양궁이 모범사례라고 하겠다. 두 종목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부정이나 비리, 농간에 의하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수많은 실력자가 등장하여 세계 최고도 되고, 이들이 폭넓은 세계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을 제대로 배워서 실행한다면 우리에게 밝은 희망이 있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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