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남대중 감독 위대한 소원

"죽어도 어른으로 죽고 싶어!"

내 친구의 소원은 무엇일까. 여기 유쾌한 우정이 돋보이는 세 친구가 있다.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고환(류덕환), 어설픈 상남자 남준(김동영), 돈 많은 철부지 갑덕(안재홍). 이들은 모두 고등학생으로 소위 말하는 `불알 친구`다. 고환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 남준과 갑덕은 고환과 함께 바다로 우정여행을 떠난다.

고환의 아버지(전노민)도 아들과의 추억을 쌓기 위해 고환을 휠체어에 태운 채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고환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은 `여성과의 잠자리`. 남준과 갑덕은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수소문을 해보기도 하지만 상황은 제 자리를 맴돈다. 고환의 아버지 또한 이 소식을 알게 되고 과연 친구들은 고환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영화는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독특한 호기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정의 새로운 해석이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호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남자들의 들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이야기를 극중 역할간 관계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냈다. 남성 관객이라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웃음을 토해낼 확률이 높다. 특히 고환의 어머니로 출연한 전미선을 대비시켜 평소 밖으로 표출하기 어려웠던 청소년 시기를 빗대 연출, 스릴 있는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는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쉽게 전달한다. 1차원적인 생각에서 출발하는 B급 정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이야기도 단순하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친구와 그 주위를 둘러싼 친구·가족간의 이야기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론이지만 영화의 매력은 틈틈이 보여주는 상세한 표현력에서 빛이 난다.

영화의 장면마다 코믹적인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고환을 데리고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아버지의 모습이나 스쿠터에 의지한 채 바다에 도착했을 때 펼쳐지는 세 친구의 모습은 엉뚱하기 그지 없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고환 또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없다. 오로지 고환은 소원성취를 바랄 뿐이다.

때문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결국은 신파극으로 마무리 짓는 일반적인 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슬픔의 강요도 없고 웃음의 강요도 없다. 영화의 분위기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소소한 엔딩도 인상 깊다. 역할마다 각자의 삶을 비쳐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혹시나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진득한 우정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도 좋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먼저 `족구왕`,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탄 `봉블리` 안재홍이 출연하고 아역배우로 데뷔해 `웰컴투동막골`, `천하장사마돈나` 등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 받은 류덕환이 출연한다. 또 다른 주연 김동영도 `완득이`, `말죽거리잔혹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쌓아 올려 걸출한 연기호흡을 보여준다.

묵직한 조연군단도 손을 보탰다. 출연작마다 코믹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는 이한위가 갑덕의 아버지로 출연해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전노민 또한 기존 정극에서 보여주던 연기와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포복절도 시킨다. 카메오로 출연한 이들이 누군지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야기 전개를 위한 시퀀스가 짧은 탓에 웃음을 만들기 위한 요소를 너무 난잡하게 구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또 영화전개의 중요 요소인 고환의 소원이 영화 중반부에 거의 달하면서 나오는 탓에 영화 앞부분의 상황전개가 긴 편이다. 영화의 이야기 소재가 뻔한 내용이다 보니 2009년 개봉한 영국 영화 `내 친구의 소원`과도 이야기 소재가 유사해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고등학생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위대한 소원만의 색깔을 입는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연기호흡도 영화의 재미를 배로 만든다. 고환, 남준, 갑덕. 세 친구의 독특한 우정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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