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부자 초월 절수 적극동참 가뭄공조 합리적 대책 되새겨야

고대 로마는 `사회간접자본(SOC)`을 국가발전과 국민생활 증진에 적용한 최초의 국가다. 로마인들의 도로와 수로건설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고대 로마를 건국한 라틴인들은 그들의 나라를 7개의 구릉지대 봉우리에 건국했다. 그들은 도시국가를 건설하면서 서로를 연결하는 도로와 근처 티베리스 강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수로에 온 힘을 쏟았다. 오늘날 이탈리아나 로마가 통치했던 유럽의 여러 나라로 서로 연결되는 촘촘하기 이를 데 없는 도로의 대부분은 고대 로마인들이 건설한 도로가 기초가 됐다. 그들은 서로를 연결하고 소통하기 위해 도로를 건설했다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수로(水路)를 건설했다. 오늘날 로마나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고대의 수로의 유적을 볼 수 있다. 또한 도시 지하세계에 가보면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하수도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고대 로마인들이 건설한 하수도를 기초로 해 만들어진 것이다.

로마인들은 이렇게 건설한 도로와 수로와 하수도를 건설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이러한 시설도 시간이 지나면 파괴돼 유지·보수는 필수적이기 마련이다. 로마는 부분의 SOC를 건설하는 데는 국가가 주도했지만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는 그 지역의 유지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로마인들은 태어나 최고로 성공하고 가치를 인정받는 길은 자신의 성공을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 다른 사회, 국가 등을 위해 기여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지도층들은 기꺼이 자신의 성공을 자신 이외의 타자공헌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서 이른바 `노블리스-오블리제(noblesse-oblige)`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이를 영어로 해보면 `노블 오블리게이션(noble-obligation)`로 바꿀 수 있다. `지도층의 의무`라고나 할까. 어떤 법이나 규정을 통해 강제하지 않고 지도층이라면 당연히 하는 양심적 의무 같은 개념이다. 로마인들은 바로 이 의무를 다하는 것을 최고로 성공한 척도로 생각했다. 역사가들은 로마인들의 이러한 것을 `공화`(共和)정신으로 부르고 있다.

로마인들의 공화정신은 그들의 `물 정책`에 더욱 확연하게 녹아 있다. 그들은 어느 도시에 건설한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여 먼저 오늘날 개념의 공동치수장에 물을 모은다. 치수장에는 로마인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3개의 수문이 만들어져 있다. 하나는 마을 공동우물로 가는 수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요식이었던 목욕을 위한 공중목욕탕으로 가는 수문이다.

또 하나의 수문은 부자들과 사회지도층의 개인 빌라나 저택으로 연결돼 있는 수문이다. 공동우물은 아무리 물을 많이 써도 물값을 지불하지 않았다. 공중목욕탕은 아주 싼 값의 목욕비를 지불하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었다. 일반 시민도, 귀족도, 노예도, 그리고 황제도 공중목욕탕 이용을 너무나 당연히 애용했다. 하지만 마지막 수문으로 나가는 물값은 만만치 않았다. 로마의 부자들과 지도층들은 물을 쓰는데 기꺼이 자신의 재산을 내는데 동참했던 것이다.

수량도 많고 국가가 평온했을 때는 물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가뭄이 들어 수량이 줄어들거나 국가가 위기상태에 빠지면 로마인들의 물 정책은 참으로 합리적이고 공화적인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그들은 공동치수 장에서 가장 먼저 부자들과 사회지도층의 개인 집으로 가는 수문을 막는다. 그 다음으로 공중목욕탕으로 가는 수문을 막는다. 마지막 어떠한 어려움에도 공동우물로 통하는 수문은 개방한다.

로마인들은 시민이건 귀족이건 이러한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기꺼이 동참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가뭄으로 온 나라가 힘겨워 했다. 특히 충청도 지방의 가뭄은 심각해 먹는 물까지 확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빠른 조치로 다소 물 사정이 나은 금강 물을 보령 댐으로 연결하는 대토목공사는 단순한 토목공사 이상의 것이었다. 물이 절박한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수문을 여는 것은 하나의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단순 정책이라기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주보-예당지`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물이용 사업(공주보-예당지 농촌용수 이용체계 재편사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지난해 예당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까지 초래되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극심한 가뭄과 지역 주민들의 고통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정부기관들의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팔을 다쳐 그냥 두게 되면 몸이 썩어 죽는 것보다 그 다친 팔을 잘라 버리는 것`이 더욱 현명하고 타자공헌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로마인들의 물 정책에서 작은 지혜를 얻어 이 또한 또 하나의 감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형곤 건양대학교 기초교양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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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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