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알프레드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가 1년 넘게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들러는 트라우마, 인정 욕구, 열등 콤플렉스 등 일반적으로 삶을 규정짓는다고 여겼던 기존 심리학적 개념을 부정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 중 우리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정 욕구`를 버리라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면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만, 이는 결국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되어 궁극적으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특허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특허출원 21만여 건, 특허등록 10만여 건 등 세계 4위의 특허 강국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또한, 10개월의 심사처리기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화려한 성과가 국제적으로 눈에 띄는 지표만을 의식한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50억 달러 이상 적자이고, 핵심적인 표준특허 보유 비중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또한, 심사 속도에 집중하다 보니 심사품질에 대한 우려와 불만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글로벌 특허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이제는 품질을 중심으로 특허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이에 특허청은 지난해부터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심사·심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품질 중심의 정책에서 제일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심사인력의 부족이다. 우리나라 심사관은 선진국에 비해 1인당 몇 배의 심사물량을 처리하고 있지만, 심사관 수를 당장에 크게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선은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찾아서 실천하고 있다.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줄여 확보한 인력을 심사분야에 배치하고, 심사관과 기업의 현장 소통을 활성화하여 산업계의 눈높이에 맞춰 심사하는 것과 같이.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특허의 품질관리에 나서야 한다. 특허 건수가 많다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수만 건의 특허를 보유한 대기업도 해외 기업의 핵심특허 1건을 이기지 못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허심판이나 소송사건에서 우리 기업들의 특허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시장에서의 활용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특허받기 좋게만 권리범위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금과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미움받을 용기` 중에는 "세계란 다른 누군가가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강한 의지만 있다면 정부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많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기업들이 강한 특허를 통해 소위 대박이 나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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