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봄·가을 환절기 많이 발생 완치보다 평생 관리 개념으로 치료해야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환절기인 봄·가을철만 되면 코감기로 신음하는 사람들과 답답한 숨소리, 훌쩍거림과 재채기 소리 등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먼지·꽃가루가 많아지거나 온도 변화가 심한 환절기가 되면 찾아오는 알레르기 비염은 먼지나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등의 다양한 항원이 코 속 점막과 접촉했을 때 과민반응이 일어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어렸을 때나 성인이 됐을 때 언제든 발생 가능하지만, 일단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은 10년 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 수치인 15.1%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2.5%로 가장 높고, 여자가 13%를 기록한 남자보다 4.2%포인트 높은 17.2%의 유병률을 보였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진료환자가 2008년 45만 명에서 2012년 59만 명으로 5년 동안 31% 증가했다. 가장 많은 진료를 받은 연령대는 9세 이하였고 그 다음 높은 빈도는 10대였으며, 봄·가을에 진료환자가 특히 많았다. 즉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아동 및 청소년기와 환절기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진단은 병력 청취, 비강 내시경 검사 및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의의 진단 없이 일반 비염 약만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은 부비동염(축농증), 비중격 만곡증, 비강 이물 및 종양 등과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진료 후 정확한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코막힘과 콧물이 발생했지만 진료 없이 일반 비염약만을 복용하다가 비강 종양의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어려웠던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란 인식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동행한다는 생각을 갖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예전의 알레르기 비염약(주로 항히스타민)은 졸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비염약은 독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에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들은 2·3세대 비염약으로, 졸림 증상이 현저하게 개선돼 불편함 없이 복용이 가능하다. 간혹 복용한 비염약이 맞지 않다면, 알레르기 비염약이 흔한 질환인 만큼 치료약 또한 다양하게 있어 전문의와 상의하에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우수한 수술 방법들이 개발돼 코막힘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고주파 및 미세절삭기 등의 도구를 이용해 부분마취로 5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코막힘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치료법은 통증과 같은 불편함이 적어 소아나 청소년기 아이들에서도 널리 시행된다. 특히 미세절삭기를 이용해 수술을 한 경우 10년 이상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수 년 전부터 면역요법이 시행돼 완치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열려 있다. 예전에는 인슐린처럼 주사를 반복적으로 놓아야 해 많은 환자들이 꺼려했지만, 최근에는 혀 밑에 녹여 먹는 약들이 개발돼 불편함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니고 3-5년 이상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암이나 심혈관 질환처럼 목숨을 위협하거나 급하게 치료를 요하는 병은 아니지만,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수면장애 등의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소아에서 증상이 심한 경우 집중력 저하, 성격장애나 성장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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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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