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갈등·대립에 던진 국민 메시지 아무리 견해가 달라도 같은 공동체 인식 힘이 아닌 협력·타협 입각한 정치권 기대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
한 주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다. 4월 13일에 있었던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서울에서는 선거 전에만 해도 결국은 여당이 선거를 무난히 치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주조를 이루었다. 야당이 하나라도 어려운 판에 둘로 쪼개져 있으니 어떻게 이기기를 바라겠느냐는 것이다. 야당의 오랜 선거 패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번에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선거를 계기로 나타날 세상은 여당의 독주 무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선거 바로 전날인 4월 12일에 그런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아마도 야권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팽배할 대로 팽배했으리라 생각한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고요해 보였고 투표의 날은 밝았지만 세상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저녁 6시 투표 마감과 함께 전달된 소식은 일반의 예측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야당들이 전체 국회 의석의 60퍼센트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다음날 신문들은 여당이 탄핵에 가까운 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선전과 호남에서의 참패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수도권 모든 곳에 후보를 낸 더불어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제3의 정당을 선택할 수 있었던 호남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녹색 돌풍이다.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지역구 의석도 크게 늘었지만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하는 지지를 받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국민들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는 더불어민주당에 하고도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하는 교차투표 양상을 보였다.

이 교차투표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거대한 숫자의 국민들이 공개된 상의도 없이 암묵적으로, 너무나 지능적인 행동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4월 12일과 4월 13일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정치평론가들의 정치공학적 이해력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그날 있었던 것이다. 이 국민적 메시지를 잘 해석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힘에 입각한 대립과 반목을 버리고 협력과 타협에 입각한 동정과 상애의 세상을 만들라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동정이란 무엇인가?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을 의미한다.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품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상애는 한자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서로 함께 슬퍼함을 뜻할 수도 있고 서로 함께 사랑함을 뜻할 수도 있다.

4월 13일의 선거 결과는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시대를 정리하고 서로 견해와 입지가 다른 집단이나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동정과 상애로 풀어가라는 국민적 뜻이 담겨 있다.

왜 여당이 참패했는가? 여기에는 여권 독주, 독단에 대한 심판이 담겨 있다. 일하는 사람들, 가장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의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국회를 심판하라고 해도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청년 실업자들이 넘쳐나는데 파견법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에 쐐기를 박았다. 이제는 국민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헤아리라는 뜻의 표현이다.

왜 국민들은 제1야당에 대한 전폭적지지 대신에 제3당에 대한 비례대표 지지를 선택했는가? 그것은 야권 안의 또 다른 패권주의를 경계하고 멀리함이다. 국민들은 연대나 단일화라는 `빛 좋은 개살구`를 명분 삼아 야권 내 소수파를 제압해온 야권 주류 쪽의 행동방식을 안 좋게 본 것이다. 동정과 상애, 지금의 우리 세상에는 이것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아무리 견해가 달라도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서로의 삶에 다른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 세상이다. 민주사회의 선거는 다수파가 된 쪽에서 소수파가 된 사람들을 힘으로 제압하라는 제도가 아니요, 다수파의 힘을 잠정적으로 긍정하되 소수파를 그만큼 배려하라는 제도다. 바야흐로 위력의 시대가 가고 있다. 이 세상에 새로운 동정과 상애의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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