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큰 상처 여전 사회적 모순·부조리 아직도 다 못밝혀 내일처럼 여기며 반성할건 바로잡아야

"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처음 왔을 때`이다. 마르틴 니묄러(Friedrich Gustav Emil Martin Niemoller)는 독일의 루터교회 목사이자 반나치 운동가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엔 U보트의 함장이기도 하였으나 전쟁이 끝나고 성직자가 되었다. 교회에 대한 나치의 선전도구화에 저항하다 1937년부터 1945까지 강제수용소에 수용되기도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반전 평화주의자로서 비핵화 운동에도 앞장선 인물이다.

그의 시는 강렬하다. 항거하고 불복종해야 할 때 침묵하면 어떻게 될지 준열하게 묻는다. 그의 물음이 아니어도 우리를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손잡고 연대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다.

"저는 진짜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아이가 클 때는 뇌기능에 좋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어야 된다 길래 계속 그 말을 신경 쓰면서 틀어 줬어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영어를 접해야 한다고 해서 계속 영어 테이프를 틀어줬었고, 영어학원은 어디를 보내야 하고 애 스케줄은 어떻게 잡아야 하며, 애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요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등등만 생각했어요. 전혀 몰랐죠. 저만 삐뚤어지지 않고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한창 슬픔에 젖어 있던 무렵에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를 만났어요. 그분이 고맙게도 위로를 해주고 가시더라구요.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다는 거 그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았던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잘못한 게 있어요.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휴, 그 사람들이 부르짖을 때 저희는 뭐 하고 있었나? 전혀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 거에 대해. 나만 보람 있게 잘살면 된다는 그런 거였지.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 들을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에요. 의를 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여기서 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금요일엔 돌아오렴`, 창비, 2015)

이 글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 김제훈을 잃은 어머니 이지연씨의 이야기 중 일부다. 오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 참사로 탑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청소년이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이 꽃다운 아이들이 선체와 함께 침몰하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봐야 했다. 눈을 뜨고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로 온 국민이 절망했다. 지켜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국민 모두는 상처를 입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정부는 국민에게 안전사회를 약속했고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의 눈도 매서워졌다. 그렇다면 좀 더 살만한 사회로 이전되었어야 할텐데, `헬조선`이라는 용어로 호명되고 `탈조선`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세월호 2주기를 맞으며 세월호와 관련한 진실들이 민낯으로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진실이 호도되지 않고 알몸으로 규명되어야 한다. 드러나야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꿰맬 것은 꿰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하자. 잊지 말고 기억하자. 기억해야 반성할 수 있고 반성해야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 또한 외면하고 침묵했던 나와 당신은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로 하는 이게게 손을 내밀자. 언제까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있겠는가?

최재권 나사렛대 생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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