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참가자 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

"혼자서는 달릴 수가 없어요. 서로 의지하고 믿고 달리다 보면 힘도 납니다. 마음을 연결해 동반자가 돼 함께 뛰는 거에요. 기록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해요."

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 클럽 회원 4명이 이날 서산 전국 마라톤대회 10㎞ 부문에 참가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회에는 강성화(45·시각장애인 1급), 이정민(42·시각장애인 3급), 문정국(50·시각장애인 1급), 신현성(55·시각장애인 1급)씨가 참가했다. <사진>

남들보다 잘 뛰는 것보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뛰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들은 '가이드러너(동반주자)'와 서로 팔짱을 끼고 손목끼리 끈을 묶는 순간부터 이들은 서로에 대해 믿고 의지해야 한다. 이들은 이날 대회 10㎞ 부문에 출전해 모두 완주했다.

다른 운동과 달리 달리기는 시각장애인이 마음껏 할 수 있는 운동이면서도 삶의 활력소를 채워주는 종목이다. 살아 있다는 맛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은 달리는 내내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이들 4명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망막 파손, 그리고 녹내장 등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시력을 잃다 보니 좌절과 절망 속에 방황해야 했다.

이들에게 다시 삶의 의지를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마라톤이었다. 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 클럽 회원 강성화씨는 이날 대회에 부인인 이정민씨와 함께 출전했다.

이들은 10여 년 전 마라톤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강씨는 지난 2000년께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 시각장애인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사람들과 같이 뛰고 달리는 게 너무 좋다는 그는 마라톤은 이제는 자신의 삶의 일부라고 한다. 숨이 턱 밑까지 차 오를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면 잡념도 사라지고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풀코스 완주 21회를 기록할 정도로 마라톤 예찬가이다. 함께 대회에 참가한 문정국씨도 곁에 함께 해주는 동반주자만 있으면 어디든 뛸 수 있다고 한다. 문씨는 혼자서는 10m를 뛰는 것조차 힘들지만 누군가 손만 잡아주면 포기하지 않고 어디든 달릴 수 있다고 한다.

12년째 마라톤을 하고 있는 신현성씨도 대회에 참가했다. 신씨에게 있어 이날 대회는 남들보다 특별함이 있었다. 경기도 평택에 살고 있는 신씨는 11년 동안 경기도 장애인대표를 지내다 올해는 충남대표로 뛴다. 충남 당진 합덕이 고향인 그는 올 10월 아산에서 열리는 장애인체전을 끝으로 엘리트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생활체육에 전념한다고 한다.

신씨는 "고향에서 엘리트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돼 뜻깊다"며 "마라톤은 모든 사람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 회장 강성화씨는 "충남 서산을 처음 방문한데다 지역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까지 출전해 이번 대회의 의미는 더욱 뜻깊다"며 "힘겨운 일상 속에서 힘이 된 건 마라톤이고 마라토너는 모두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내딛는 걸음마다 감동과 추억을 쌓아갔으며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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