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미래보고서 피터 보겔 지음·배충효 옮김·원더박스·408쪽·2만원

2015년 2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 12.5%. 1996년 6월 통계기준 변경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춘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바치는 이른바 `공시족`도 2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자발적 비정규직 청년 45만8000명과 니트족 19만8000명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상 청년 실업은 179만2000명에 달한다. 체감실업률은 34.25%.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청년실업률 역시 13%를 상회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소속 국가들도 20%를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저자 피터 보겔은 미국의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청년실업으로 인한 소득손실 총액이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실업세대는 그 여파가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되면서 경제사에 큰 구멍을 만든다.

저자는 노동시장 분야의 국제 전문가 집단으로 손꼽히는 `미래일자리포럼`의 주요 파트너로, 청년실업 위기에 관한 대안이 뜻밖에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은 청년들이 실업세대로 역사에 남지 않도록 행동에 나설 것을 설득하기 위해 생생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와 유럽연합의 프로그램들부터 청년들이 직접 나선 소규모 지역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청년 실업의 근본 문제를 고민하고 해소하기 위한 선도적인 정책과 사업 130여 가지를 소개한다.

책에 등장한 사례 중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엔턴십(기업가 정신과 인턴의 합성어)`은 창업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청년들과 스타트업 회사들을 매칭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대학을 방문해 인턴을 모집할 인력이나 시간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 청년들에게 `산시카드`를 지급한다. 기업이 이 카드를 소지한 청년을 고용하면 정부에서 해당 기업에게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의무적 할당이 아니고서도 자연스럽게 청년 고용을 장려하는 효과를 낳는다.

한국에서도 식품기업 `네슬레`가 지난 2014년부터 `네슬레는 청년이 필요합니다`프로젝트를 실시 중이다. 올해까지 3년간 약 1만 명의 청년을 고용하고, 1만 명의 청년에게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프로젝트다.

이 책은 타국의 정책이나 사례 외에도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저자는 그 첫 번째로 청년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은 자기 역량을 발휘하려는 청년들의 놀이터가 되고, 국가나 기업에는 장기적 투자가 된다. 청년들은 창업에 실패해도 그 과정에서 몸으로 배우는 게 있다. 실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실업자들의 창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효과를 보고 있다.

두 번째는 교육제도와 고용시장간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 시기부터 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이원화 교육체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스위스 은행원의 견습제도를 사례로 제시한다. 마지막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가장 거시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의 절반 이상을 창업 지원 사례와 개념으로 정리돼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책에 담긴 다양한 실천 사례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도입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지에 관한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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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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