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석민우 감독 대배우

영화나 소설, 드라마 각종 매체에서 꿈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나길 바라는 모습들을 보며 희열을 맛본다. 일종의 카타르시스. 꿈은 언제나 저 멀리 좇아야만 하는 대상이고, 현실에서의 우리는 그 대상을 향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며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곤 한다.

영화 `대배우`는 그런 이야기다. 20년차 무명배우 장성필(오달수)은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지만 꿈은 명확하다. 전 국민이 알아주는 대배우가 되는 것.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하는 연기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한다. 성필은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다. 극단 생활을 함께 했던 설강식(윤제문)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 대배우가 될 것이라는 꿈을 놓지 않고 산다. 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는 개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어느 순간 가족들마저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세계적인 감독인 깐느박의 신인배우 모집. 깐느박이 자신의 영화에 사제 역할로 새로운 얼굴을 찾는 오디션을 시작하고 성필은 그 오디션에 응모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과거의 인연이 있는 설강식의 도움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하지만 연극 무대에만 서다 카메라 앞에 서는 성필은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영화는 주연인 오달수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연극무대에서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고 스크린관을 누비는 그의 예전 모습이 이 영화에 오롯이 담겨 있다. 실제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소극장에 인쇄물 배달을 갔다가 연기에 입문한 오달수는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스크린에 진출해 그 누구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1000만 요정에서 누적관객수 1억 배우까지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오달수가 2016년 첫 작품으로 대배우를 택했다. 여기에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달수를 비롯한 윤제문, 이경영의 등장도 흥미로웠다. 그들의 연기를 보는 것은 언제나 시선을 집중시키고 세 명의 연기경력이 70년인 만큼 연기내공이 묻어나는 연기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 극의 무게를 배가 시켰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코믹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현실적인 성필의 모습을 보면 코믹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배우를 꿈꾸며 대학로를 지켜왔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기만 하기엔 아빠를 우상처럼 생각하는 아들과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아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깐느박의 오디션에 도전하는 모습들은 연민마저 불러 일으킨다. 극중에서 "가족은 짐이다"라는 한숨 섞인 성필의 대사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지만, 가족과 생계라는 현실에 대한 그의 마음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오달수 혼자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힘겨워 보였다. 윤제문과 이경영이 등장하지만 그 이전에 오달수와 함께 했던 배우들에 비하면 동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연기는 훌륭했지만 집중도를 높일 만한 요소가 없는 점도 아쉬웠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 조용히 눈물 훔치기에는 좋았지만, 이전의 오달수 연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실망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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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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