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전초기지' 담당 전사들로 판세·구도상 불리한 국면 처해 선거후 정치지형에 영향 줄 듯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4·13 총선에서 충청 지역 여야 승부는 어떻게 판가름 날까. 막연해 보이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청 지역 현역 의원 후보들 생존 여부가 분수령이라고 보면 얼추 맞는다. 모두 합하면 10명(편의상 무소속 이해찬 의원 포함)이다. 이들은 현역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4년 전에 승리한 주역들이다. 단순논리로 접근해 이 10명이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는다면 더민주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여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구들도 있겠지만 일단 재공천한 현역 의원 후보들이 낙선하면 타격이 커지기 십상이다.

더민주에게 10명의 현역 의원 후보는 충청권의 전초기지(outpost)로 규정될 만하다. 이들 가운데 탈락 자원이 나오게 되면 다른 지역구에서 충원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우선 10명의 포진 지역이 갖는 지정학적인 특성이다. 19대 총선 기준으로 대전의 서구 갑·을구 및 유성 등 3곳, 세종 단일 지역구 1곳, 충남의 천안 갑·을구 및 공주 등 3곳, 그리고 충북의 청원(이외에 청주 흥덕·서원) 등 3곳은 사위에서 세종시를 에워싸고 있다.

행정 경계가 맞닿아 있을 경우 한 정당 소속 의원들끼리 정서적 연대감을 공유하게 된다. 공간적으로는 하나의 블록 개념이 전제되는 잇점도 노릴 수 있다. 10명 지역구의 합이 충청권의 중심부를 구성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른바 `중원의 중원`이라 할 수 있는 지대를 과점하고 있는 현실은 충청 표심 견인에 유리한 구도다. 후보별 개인기에 맡기는 각개전투 식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팀 연합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방어벽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곳 일부를 상실하게 되면 상징적인 의미에서 영·호남 표심과 단절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이들 지역 판세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당 차원에서나 후보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대체로 안정권에 들어가지 못하고 당락의 경계에 있는 후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 그러하다. 당선자수가 한 자릿수에 머물게 되면 향후 굵직한 정치일정에서 더민주의 충청 전략은 암담해진다.

일이 틀어진 것은 세종시 공천 갈등에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 비대위 체제에 기속된 공천관리위 칼날에 의해 이해찬 후보가 공천권을 상실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판세를 감안한 결단이고 패권 청산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부여됐지만 이후 충청 표심에 균열이 생기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이 사달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후보 경쟁력이 분산되고 말았고, 게다가 공식 대체 후보가 선거 판에 뛰어들면서 새누리 박종준 후보가 부상하고 있다.

천안 지역 사정과 부여·청양과 합구된 공주 출신 박수현 후보 앞날도 예측을 불허한다. 천안 지역은 현역 의원 후보인 양승조·박완주 후보가 이겨 2곳을 본전치기 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1곳까지 장악하는 게 최상의 그림일 테지만 녹록지 않다. 공주 출신 박 후보는 더 쫓긴다. 당 대표 비설실장으로 징발돼 프리미엄을 기대해봄 직했는데, 여론 추이를 보면 새누리 정진석 후보에게 뒤지는 모양새다. 지역구 병합도 싸움을 버겁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전 지역에선 5선 고지를 앞둔 박병석 후보와 새누리 이영규 후보와의 연속 리턴매치가 비교적 볼거리다. 싱거운 싸움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반전이 연출될 수도 있다.

더민주에게 충청 후보 10인은 말하자면 `전사`다. 이들 공력에 힘입어 새누리와 형세를 양분해온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 뒤 투표에선 결과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남은 길은 10인 후보들이 독자 진지전에 사활을 거는 것 뿐이다. 4년 방비에도 불구, 허물어진다면 뿌리가 허약했다는 반증이다. 대신, 그 후과는 내년 대선과 이듬해 지방선거에까지 파급이 미칠 것이다. 더민주 충청 후보 10인방, 그들은 생환할 것인가.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