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총선 정치불신에도 인물 선택 자신을 정당화하는 감언이설 철저 경계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건 국민이 할일

총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정치판이 마뜩하지 않아도 어쨌든 나라를 끌고 가는 이들을 선출하는 일이니 무관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를 고민한다면 불교의 십선(十善)이 참고해 볼 만하다.

십선의 첫 번째는 `살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이나 미물까지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평소 낚시나 사냥을 즐기거나 해충이라 할지라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명의 기본 욕구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해충이나 짐승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들끼리 살아갈 수 있도록 방편을 마련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도둑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에 떨어진 것도 욕심내어 줍지 말 것인데 하물며 사기, 횡령, 세금포탈 등의 전력이 있다면 선량의 자격이 없다. 세 번째는 `음란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고 노래고 온통 음란함을 부추기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해도 그것이 옳지 않음을 확신하고 자신이 청정함의 본보기가 되어 주위를 향기롭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라야 대표의 자격이 있다. 십선의 네 번째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해서 한 것을 하지 않았다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 하는 것,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하고 본 것을 보지 않았다 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한다. 정직은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다.

다섯 번째는 `이간질 하지 않는다.`이다. 이쪽의 말을 저쪽에 옮겨서 저쪽이 이쪽을 미워하게 만들거나, 저쪽 말을 이쪽에 옮겨서 이쪽에서 저쪽을 해치게 하는 것이 이간질이다. 갈라서려는 이가 있으면 잘 화합시켜서 서로 친하고 공경하게 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악독한 말을 하지 않는다.`이다. 말이 거칠고 사나워서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이 듣고서 화를 낼 말, 괴로워할 말을 하지 않는다.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한다거나 정책 대결이 아니고 인간적 모독을 통해 상대를 이기려는 사람이라면 자격이 없다. 일곱 번째는 `꾸민 말을 하지 않는다.`이다. 꾸민 말은 한문으로 기어(綺語), 즉 비단 같은 말이라 한다. 사실에 여러 가지 미사여구를 덧붙여 과장되게 하는 말, 사리에 맞지 않게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 부질없는 잡담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재원 조달 가능성이나 현실성이 없는데도 좋은 말만 늘어놓은 허황된 공약에 현혹되지 말 일이다.

십선의 여덟 번째는 `탐내지 않는다.`이다. 좋은 것을 갖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도리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어 자기 것으로 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탐욕심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허황된 욕심이나 허영심도 탐욕심이다. 평소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함을 아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믿어도 된다. 아홉 번째는 `성내지 않는다.`이다. 남을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여러 악행의 원인이 된다. 살인 같은 큰 죄도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 많다. 오래 쌓은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분노만한 것이 없으니 평소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라면 큰 그릇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열 번째는 `사견을 갖지 않는다.`이다. 선행에는 좋은 과보가, 악행에는 나쁜 과보가 필연적으로 따른다는 믿음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은 오랜 준비 과정을 도외시한 우스개일 뿐이다.

불교의 십선은 모두 공존과 평화를 유지하게 만드는 자연법적 내용이라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도 모든 행동과 말의 원인이 되는 마음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십선 가운데 앞의 세 가지는 행동으로 하는 것이고 가운데 네 가지는 말로, 마지막 세 가지는 마음으로 행하는 작용이므로 이를 신삼·구사·의삼이라고도 한다.

국회의원 후보들이 자신을 내보이는 방법은 주로 말이고, 우리가 판단하는 근거도 그들의 말이다. 실정법으로도 제재를 받는 행동으로 하는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야 말할 나위 없고, 그들이 내세운 말에 거짓은 없는지, 남의 험담은 없는지, 허황된 내용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이다. 그리고 내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총선거는 좋은 일이다.

최기표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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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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