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런데 그곳에서 2㎞쯤 떨어진 곳에 마을이 하나 있었다.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는데 꽤 컸으며 100호가 넘는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발자국이 그 마을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계속 추적했다.

그러나 거기에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중무장한 일본 병사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일본군 병사는 대뜸 총칼을 들이대면서 고함을 질렀다.

"영국의 학자이고 중국군의 장교라고…. 당신들이 누구이든 여기는 통과 못해. 여기서부터는 일본군의 군사 요지이니 빨리 되돌아가."

그런 곳에 일본군의 군사 요지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그곳을 통과는 못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되돌아오면서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들어가봤다. 그 마을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으나 마을 안에도 일본군 병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과 제대로 얘기도 못했다. 겨우 거기서부터 2㎞쯤 떨어져 있는 곳에 어떤 마을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 키가 큰 백인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것만 알려주었을뿐 그 이상은 일본군 병사들이 눈치를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검문소에서 일본군의 군사 요지가 있다는 곳에 백인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말이었다. 어떤 백인들이며 몇 명이나 되며 거기서 뭘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본군이 거기에 일본군의 군사 요지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 이유도 알수 없었다.

어쨌든 그 일대의 경비가 철저했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 일대에는 어떤 살기까지 떠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단 거기서 물러났으나 조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일대에서 4㎞쯤 떨어진 안쪽에 자그마한 바위산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다음날 멀리 돌아서 그 바위산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망원경으로 키 큰 백인들이 살고 있다는 마을을 살펴봤다.

건물이 두 채 있었고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열 서너 명쯤 되었는데 키가 큰 백인인 것 같았다. 러시아인인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거기서도 더 이상 머물수 없었다. 수십 명으로 편성된 일본군 순찰대가 거기까지 순찰을 하고 있었다. 일본군과 마찰을 일으키면 안된다. 일본군이란 중국군과의 마찰을 바라고 있는 군대였다. 그걸 구실로 군사 행동을 일으키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내 그곳에서 물러나 머물고 있던 중국인 마을로 돌아왔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촌장이 말했다.

"그곳에 백인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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