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제든 도발 할수 있어… 경각심 갖고 대비해야"

2013년 을지훈련 당시 보고를 받고 있는 박성규 전 제1야전군사령관.
2013년 을지훈련 당시 보고를 받고 있는 박성규 전 제1야전군사령관.
"북한은 전략적 수준에서 도발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과 관련해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언제든지 도발을 감행 할 수 있다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충남 논산 출신인 박성규 전 제1야전군사령관(여주대 석좌교수)은 북한의 도발 위협을 이렇게 진단한 뒤 고대 중국의 병서에 나오는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를 인용했다. 전국시대 제나라 사마양저의 `사마법(司馬法)`에 보이는 것으로 `세상이 아무리 평화로워도 전쟁을 잊으면 위태로운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뜻이다. 박 전 사령관은 "지금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할 소중한 경고"라며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북한 위협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일부에서는 제 4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적인 제재에 항의하는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측면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내부적으로는 전쟁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결속을 강화함은 물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 장악과 남남 갈등 야기,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전략적 의도에서 미사일 발사와 수사적(修辭的) 위협 등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 북한의 도발이 구체화될 우려가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휴전 이후 수많은 사례를 분석해보면 북한은 항상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도발해 왔다. 언제든 도발을 감행 할 수 있다는 걸 경계해야 한다. 더 나아가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 가속화돼 체제를 회생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그들의 막강한 군사력을 그냥 버리기보다는 통일은 못할지라도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오판을 할 수 있다. 또 북한체제의 종말이 다가서고 있다고 판단될 때 전쟁 외에는 체제를 안정시키고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한미동맹의 억제력이 아무리 막강할지라도 도발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호들갑도 그렇지만 무감각은 더 문제 아닌가.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현재 우리는 전쟁 중(정전·停戰이라는 의미)인 상태다.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천안함 폭침과 목함지뢰 도발 같은 게 있지 않나.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치열하게 전투가 진행 중이다. 엊그제 북한은 GPS 전파 교란을 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건 좋다. 하지만 안보 불감증으로 연결돼선 안된다. 현재는 바로 이 불감증이 문제다. 고대 중국의 병서에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할 소중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안보와 통일을 위해 우리 국민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어라 보나.

"헌법 전문 등에 제시된 국가목표를 유추해보면 생존(안보), 번영, 민주, 통일, 세계평화로 축약된다. 그런데 이런 국가목표를 동시에 모두 똑같은 비중으로 추진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우선 순위가 달라져야 한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안보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경제적 번영이나 민주, 통일, 세계평화 기여 등 모든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가 경제와 민주라는 2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한미동맹에 의해 안보가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안보의 중요성을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으로 공감하고 대비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본다. 또 경제력과 전쟁에서의 승패는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힘있는 자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을 지키는 자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로마의 군사 개혁가 베케티우스의 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핵 등 북한의 도발을 놓고 안보와 외교의 부딪히는 일이 잦다. 바람직한 해법은.

"외교와 안보가 부딪히는 것처럼 보인다기 보다는 군사적 조치와 외교가 부딪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부딪히는 것 게 아니라 적의 도발에 공세적(적극적) 전략을 취할 건가, 아니면 방어적(소극적) 전략을 취할 건가의 차이로 봐야 하지 않을까. 확실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군사적인 조치를 공세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외교적인 조치는 방어적인 조치로 보기 때문이다. 때때로 공세적인 조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방어적인 조치가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공세적인 전략으로 북한의 재도발을 확실하게 억제 하자는 것이다. 간혹 `손자병법`(제 3편 모공·謀攻)을 거론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승리다`라고 하면서 외교적인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잘못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군사력 사용 또는 전쟁을 배제한 외교를 강조한 게 아니라 전쟁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와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적이 전쟁을 포기하게 하라는 의미다. 꾀를 내어 포기하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순수한 외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군사력이 뒷받침 될 때 외교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기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입장은.

"우리가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킬체인(Kill-Chain)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가 완전하게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것(사드 배치)을 주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배치 여부는 국가 이익의 기준으로 군사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제반 요소를 폭 넓게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먼저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하는 건 북한과 핵 전쟁 시도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추자는 원론적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즉 북한과 핵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고 북한의 핵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을 갖고 북한에게 맞대응을 해야 평화공존이 가능하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핵을 보유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NPT(핵 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비핵화는 지켜야 한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해 한미동맹의 맞춤형 억제 전략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거부적 억제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과 우리가 지극히 소홀히 하고 있는 민관합동방호훈련 등 소극적 방어능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야전군사령관으로 있으면서 강한군대를 기치로 내세웠다. 우리 군에 조언을 한다면.

"우리 군대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해야 한다. 병력은 작지만 싸울 수 있는 전투력은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소병력과 대전력지향`이다. 이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리고 전쟁의 제수준(전략적-작전적-전술적)에서 각 개인과 제대(諸隊)가 각자의 역할과 책임 완수에 충실한 군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 받을 수 있는 군대가 될 수 있고, 군대다운 군대, 군인다운 군인이 되는 것이다. "

◇박성규 前 사령관은

충남 연무대 육군훈련소 인근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군인을 동경했다. 막연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대단히 멋있고 가치 있게 여겨졌다. 논산 대건고를 졸업한 뒤 육군 3사관학교(10기)에 들어가 1974년 임관했다. 생도시절을 포함해 41년 3개월 동안 군복을 벗지 않았다.

제 7기동군단장과 교육사령관, 제 1야전군사령관 등 육군 내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3사 출신으로는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했다. 교육·훈련 전문가로 기계화부대 전술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사령관 재임 시 군 최초로 `리더십` 교범을 발간해 활용했다. 강직하고 청렴한 성격으로 합리성과 추진력을 지녀 상하 신망이 두터웠다.

박 전 사령관은 "저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라면서도 "그럼에도 4성장군까지 갈수 있었던 건 군인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초지일관의 자세를 가진 때문인 것 같다. 훌륭한 상급자들에게 많은 걸 배웠고 똑똑한 부하들을 만난 덕분이다"라고 토로했다.

스스로는 운(運)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군 생활은 치열했다. 늘 부족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땀을 흘렸고, 더 책을 잡았다. 국가 안보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특히 국방정책과 전략·전술, 교육훈련 및 리더십 분야에 능통하다. `현대 북한의 이해`와 `국가 안보의 핵심을 말한다` 등 저서가 있다. 현재 여주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군사학부에서 군의 경험과 이론을 가르치는 한편 군사문제연구소 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박 전 사령관은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없는 것 같다"며 젊은이들이 비전을 갖고, 이루어내도록 대화하며 이끌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대학의 미래와 교육을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전 사령관은 "청년은 자기 자신과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주역이 될 사람들"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초지일관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충청의 젊은이들에게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불광불급(不狂不及)`을 당부했다. 모든 게 자기 마음먹기에 달린 만큼 미친 듯 파고들어 성취를 이루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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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전 제1야전군사령관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계하며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빈운용 기자
박성규 전 제1야전군사령관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계하며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빈운용 기자

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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