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엘리뇨 막는 고마운 나무 식수 동참해 식목일 의미 되새겨야

소년이 말했다. "나는 이제 너무 늙었고 슬퍼서 놀 수가 없어. 나는 여기에서 먼 곳으로 나를 데려갈 배 한 척만 있으면 좋겠어, 너는 내게 배 한 척 구해줄 수 없겠니?" 그러자 나무가 대답했다. "내 몸뚱이를 베어가서 배를 만들어 보렴. 그러면 너는 멀리 떠날 수 있고 또 행복해지겠지." 쉘 실버스타인의 유명한 소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한 장면이다. 소설은 소년을 향한 나무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비단 이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우리는 나무로부터 많은 것들을 아낌없이 받고 있다.

인간과 나무의 관계는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문자도 생기기 이전의 구석기시대 원시인은 나무를 만지며 손기술을 익히고, 나무를 이용해 불을 피우고 빛을 냈을 것이다. 그로부터 5만 년이 흐른 지금 우리 현대인들은 나무를 깎아 사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쓰임새가 달라졌을 뿐 여전히 나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나무는 우리에게 목재를 제공한다. 나무로 만든 도구는 인간의 생산성을 끊임없이 향상시켜왔다. 또한 목재는 가공하기가 쉽고 특히 자연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현대에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잘 마른 나무의 수명은 아주 길어지는데 물속에서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는 느릅나무는 물과 운하의 도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건축자재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밤과 호두와 같이 나무로부터 얻어지는 임산물 또한 그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 일년 동안 생산되는 임산물을 모두 팔았을 때 측정되는 경제적 가치는 약 5조 원으로 추정될 정도라고 한다. 목재와 임산물뿐이겠는가. 나무는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경치까지 아낌없이 내어준다. 이런 공익적인 가치를 포함시킨다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9.3%에 해당하는 109조 원 정도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환경파괴로 인해 이상기후 등과 같은 문제들이 발등의 불이 된 이 때, 나무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황사, 사막화, 엘리뇨, 라니냐, 쓰나미 등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며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온난화 현상의 주 원인은 온실기체라고 볼 수 있는데, 인류의 숲 파괴로 온난화가 심해진다는 가설도 있다. 나무가 줄어들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자연계가 흡수하지 못해 그 양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숲은 자동차 2139만대가 배출하는 4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2900만t의 맑은 산소를 생산해낸다고 한다.

우리 시에서는 이러한 나무와 숲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녹색도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유의 숲을 조성 중에 있으며 유실수 시범거리, 걷고 싶은 도시숲길, 녹색 나눔 숲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식수사업뿐만 아니라 산림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산림 병해충 방제를 위해 선제적 예방대응 체계를 확립하고, 산불 예방 및 진화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후 관리 활동은 매년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로 인해 연평균 460㏊의 산림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때부터 왕이 이러한 식목일 행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임금이 해마다 4월 5일쯤 백성들과 함께 친경(국왕이 농사의 모범을 보이고 풍작을 기원하는 뜻에서 직접 행하던 농사짓는 의식) 및 친식(親植)했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도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해왔던 것이다.

우리 시에서도 코앞에 다가온 4월 5일 식목일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로니아(묘목) 등의 12종 8000여 그루의 나무 나누어주기, 식목행사를 통해 대전 시민들의 나무심기를 장려하고자 한다. 비록 식목일이 비공휴일이 되었지만 식목일의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극심한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나무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심고 가꿔주어야 건강하게 성장하여 숲을 이루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무를 가꾸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무는 우리를 위해 더 많은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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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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