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연구·벤처단지 개발·KTX 확충 과학·교통도시 대전 명성 갈수록 타격 市 자체적 과학기술 대응책 변화 필요

1905년에 경부선 철도의 대전역이 생겼으니 올해로 만 111년이 된다. 그리고 1913년에 호남선 철도까지 개통되었다. 1970년에는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도 대전에서 갈라지게 된다. 대전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 된 것이다. 철도와 자동차로 영남과 호남이 만나는 대전이니까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 될 뿐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통의 중심이 되었다.

1973년부터 대덕연구단지가 개발되기 시작해서 현재는 26개의 출연연구소를 비롯해서 교육기관 및 정부 기관들, 그리고 기업체들의 숫자가 1500개를 넘어섰다. 이렇게 대전이라고 하면 우리의 마음속에는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 소통의 중심이 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가 있고, 또 이런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벤처가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대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대전보다 더 잘 하거나 최소한 대전과 비슷해져 더 이상 대전이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호남고속철도가 경부선을 따라 오송까지 잘 내려오다가 오송에서 공주로 지나가면서 더 이상 대전이 영남과 호남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서대전역 부근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다. 참고로 현재 경부선에서 대전에 정차하는 하행선 KTX는 하루 평균 74회 정도이다. 호남선은 대전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반면에 오송역에 정차하는 KTX는 경부선과 호남선을 합쳐서 약 40회 정도이다. 아직은 오송에서 정차하는 KTX 열차가 대전보다 적지만 이것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연구단지라고 하면 당연히 대덕연구단지를 말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이제는 대전 이외에도 여러 곳이 연구개발특구로 지정을 받아 앞에다가 반드시 대덕이라고 붙여야만 대전을 지칭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과기원도 마찬가지다. 광주과학기술원도 있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도 있고, 최근에는 울산과학기술원도 생겼다. 과기원이라고 하면 당연히 한국과학기술원인 카이스트를 말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제는 무려 세 군데가 더 생겨서 함부로 과기원이라고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어 생겨나기 시작한 대전의 벤처 단지만 하더라도 이제는 전국 곳곳에 벤처 단지가 없는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결정타는 판교 테크노밸리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외곽 순환도로인 100번 고속국도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남쪽에만 형성되어 있던 것이 이제는 북쪽까지 확장되어 개발이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의 연구소들이 서울 강남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판교에 벤처 단지가 생기고 서울의 강남에 대기업 부설 연구소들이 생기면 우리나라의 인재들과 자금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와서 대전에 있던 벤처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전에서는 자꾸 신도심이 생겨나고 있다. 둔산 지구가 생기고, 노은과 테크노밸리, 그리고 유성 남쪽의 도안 신도시까지 생겼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가 생겼고 기초과학연구원의 가속기가 들어올 신동지구가 개발될 예정이다. 대개의 경우 신도심이 생겨나면 부가가치가 생성되어 인구도 늘고 경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전의 경우 오히려 기존의 구도심의 상권은 황폐화되고 인구는 수평 이동만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시의 영향으로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대전역에 KTX가 자주 정차한다. 대전역 구내에 있는 성심당에도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다. 그런데 호남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인구가 오송역으로 가고, 세종시에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오송역으로 가고, 대덕연구단지도 그저 그렇게 변해가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선도하지 못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전의 벤처들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전이 변해야 과학기술이 살고, 과학기술이 살아야 우리나라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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