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글로리데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스무 살. 뜨거운 나이다. 청춘의 대명사로 통하는 단어다. 교복을 벗고 자유를 만끽하며 세상에 발돋움 하는 시기다. 대신 `성인`이라는 책무가 주어진다. 시간이 지난 뒤 당시를 떠올리면 추억일 테지만, 사실상 스무 살 당시는 불안정한 한숨의 연속이다.

영화 `글로리데이`는 청춘의 먹먹함을 담아낸 영화다. 소년과 어른 사이에 머물러 있는 남자 넷의 이야기다. 겉으론 패기가 넘치지만 속으론 두려움이 가득한, 또 잔혹한 현실에 주저앉고야 마는 시대의 청춘을 얘기한다.

단짝이자 둘도 없는 친구들은 용비(지수), 상우(김준면),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은 해병대에 입대하는 상우를 위해 `우정여행`을 떠난다. 물론 계획된 여행은 아니었다. 재수를 준비하는 지공,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야구부에 들어간 두만, 할머니와 함께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상우 등 그들의 삶은 제각각이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려 했던 것. 하지만 경북 포항에서 폭행을 당하던 한 여성을 목격하게 되고 시비에 휘말리면서 이들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영화는 진실과 현실을 대변한다. 또 대립시킨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하기 위해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지만 이내 곧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들이 가치를 둔 `정의`는 그들을 둘러싼 경찰, 부모, 사회망 등에 철저히 무너진다. 단순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 이야기지만, 오히려 인간의 도덕을 실현해 낸 정의지만 현실의 벽은 그보다 크다.

폭행을 당한 여성이 경찰에게 거짓 진술을 하면서 영화의 전개속도는 급물살을 탄다. 우정여행의 행복한 시간은 온데 간데 없고 그들은 포승줄에 묶이고 철창 속에 갇힌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잘못이 없다고 외친다. 하지만 경찰도 외압으로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한다.

친구들의 부모들도 궤를 같이 한다. 진실을 파헤치기 보다 동조와 타협을 택한다. 20살이란 삶의 기로에서 선 이들에게 진실을 감춰야 할 때가 있어야 한다고 종용한다. 친구들 또한 판단이 흐려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만큼 문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우정의 가치를 퇴색시킨다.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그들은 어느새 현실의 공포에 휘둘려 범죄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구치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의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공포 속에서 여행을 제의한 사람, 폭행을 먼저 목격한 사람, 먼저 폭행을 휘두른 사람 등 사건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밀며 멱살잡이까지 치닫는다. 그렇게 울부짖었던 정의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친구와 친구 사이에 묶여 있는 포승줄은 이들의 우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 누군가 발을 헛디뎌 포승줄을 밟는 바람에 모두가 넘어지는 장면은 친구들의 우정을 더욱 강조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의 아쉬움도 여전히 남는다. 순경이 주인공 넷의 뒤를 쫓으며 영화가 시작하는데, 왜 이들이 쫓기게 됐는지에 대한 갈증은 해소해 주질 못했다. 물론 관객 스스로 폭행사건에 휘말렸으니 추격전을 벌이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어떠한 연유에 의해 쫓기게 됐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또 갑작스런 뺑소니는 주범이 누구인지 그에 대한 해결도 마무리가 지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메가폰을 잡은 최정열 감독은 단 하루의 사건을 굵은 연출력으로 담아 신예감독으로서 큰 호평을 받았다. 전작 단편 `잔소리`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및 중국 킹본 영화제에서는 영화테크닉을 인정받기도 했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도 영화의 무게를 뒷받침한다. 이미 `응답하라 1988`로 라이징 스타로 인정받은 류준열을 필두로 그룹 엑소(EXO)의 리더 김준면, 최근 종영한 `치즈인더트랩`의 김희찬까지…. 또 오 팀장 역을 맡은 김종수, 지공의 엄마 문희경 등 단단한 조연진도 영화의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마지막 장면이 기억난다. 아마 포항에 갓 도착했을 때 용비, 상우, 지공, 두만의 모습일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먹먹하지만 밝게 웃으며 바다로 뛰어가는 넷의 모습은 영화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글로리 데이다. 김대욱 기자

취재 협조=대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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