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공천과는 거리 함량 미달 후보자도 상당수 이젠 유권자가 옥석 가려야
공천결과 역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공천에서 물갈이를 기대했다. 현역들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정치권도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알고 있다. 여야는 당초 대폭 물갈이와 공정한 공천을 예고했다. 결과는 빈 수레가 더 요란한 격이었다. 당내 권력구도에 골몰하다 보니 편 가르기 등 잡음과 갈등이 줄을 이었다. 여야모두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지만 헛구호임이 드러났다. 여론조사 경선도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 참신한 인물 발굴은 물거품이 됐다. 19대에 이어 `그 나물에 그 밥`이 또 메뉴로 올라온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 안 좋다. 253개 선거구 후보자 가운데 40.5%가 전과기록이 있다. 10명 가운데 4명이 이른바 전과자라는 얘기다. 19대 총선 20%에 비해 두배나 된다. 19대까지는 금고이상의 전과만 신고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늘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많아도 너무 많다. 개중엔 전과 8범, 9범, 10범 후보자도 있다. 도로교통법위반이 대다수이지만 폭력, 횡령, 상해, 도박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전과가 있다고 해서 자격미달 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래도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병역의무도 마찬가지다. 대상후보 6명 중 1명 꼴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식적이지도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각 당에서 철저한 검증을 외쳐댔지만 무엇을 검증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대목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기준엔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품질과 가격이다. 질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도 산다. 품질우선 소비형이다. 질이 좀 떨어져도 가격이 합당하면 구매를 결정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형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 제품을 내놓는다. 예전보다 품질이나 가성비가 떨어지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기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다. 그런데 안 살래야 안 살수 없는 제품이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품질이나 가성비로 봐선 도저히 사줄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선거를 안 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고 찍어야 하는 것이다. 기권을 한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모든 유권자가 기권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정치인들은 투표를 하겠지만.
총선이 이제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천결과만 놓고 봐선 정치인들이 국민을 봉으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의 마음에 들든 말든 공천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물론 공천 권한이 정당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제 공은 유권자한테 넘어온 셈이다. 이들에게 표를 찍을지 말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인물은 보든, 정책을 보든, 싹수를 보든, 나름의 평가로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4년 동안 욕만 하면서 다음 총선에서 보자고 할 수는 없다. 정치인 수준은 유권자를 따라가는 법이다. 옥석을 골라야 하는 책무는 유권자에게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유권자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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