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사이버 공간 판치는 부정적 행동 남을 나쁘게 험담하는 것은 살인보다 위험 상대를 믿고 긍정하는 교육은 가정서 시작

`스티그마(stigma) 효과`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행태가 나쁜 쪽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 긍정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낙인을 찍으면 부정적인 행태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주홍글씨는 낙인효과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작가는 여자 주인공 가슴에 낙인된 `A`라는 머릿글자를 간통(adultery)의 의미에서 유능(able), 천사(angel)로 해석하고자 했다. 작품을 통해 부정보다는 긍정의 사회적 기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개인의 삶 속에서, 사회적 제도나 관습에서 "안 돼"라는 말은 개인이나 사회를 그런 쪽으로 몰아갈 수 있다. 정보화 사회 폐해 중의 하나로 악플이 문제가 되곤 한다. 카더라 통신은 개인에 대한 낙인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을 유발하게 되고, 사회적 낙인은 국가사회적 손실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남을 나쁘게 험담하는 것은 살인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험담을 한 자, 그 험담을 막지 않고 들은 자, 그 험담으로 피해를 보는 자)을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남을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하는 것이 인색한 사회가 돼가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현실은 그저 팍팍하다. 삶의 공간도, 사이버 공간에서도 부정이 긍정을 덮는 사례들이 많다. 정말 긍정의 에너지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여성들의 결점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까닭에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결심했으나, 여성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무결점의 여인상을 조각하고, 조각상이 자신의 아내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대답 없는 조각상에 괴로워하던 피그말리온은 여신인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 같은 아내를 맞이하도록 해 달라고 기원했고, 여신은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하여 조각상을 사람으로 환생시켜 줬다. 피그말리온의 긍정적 믿음은 곧 현실이 됐는데, 우리는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라 부른다.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믿거나 기대하면 상대방도 믿음에 부응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긍정의 힘과 관련된 방송매체의 실험을 본 적이 있다. 동일 회사 같은 소주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소주병에 진심을 담아 긍정의 표현을 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반대로 부정의 표현을 하게 했다. 긍정의 표현을 한 소주와 부정의 표현을 한 소주를 마시게 하고 어느 쪽이 더 맛이 있는가를 실험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긍정의 표현을 한 소주가 더 맛있다고 응답한 내용이었다. 소주의 맛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변한 것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아이를 폭행하거나, 온라인 게임에 빠져 아이를 학대하고, 밥을 제대로 먹지 않다고 보육교사가 아이를 폭행하는 아동 학대 사례가 빈번하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플 사례, 정치적으로 자신의 당선을 위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사례, 소득 불평등에 기인한 막말 사례 등도 자주 경험한다. 상대방을 믿음과 긍정의 마음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결부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이 자식을 위한 내리 사랑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없다. 부모가 자식에 긍정의 표현을 하고, 그 자식이 다시 부모가 되어 긍정을 기대하는 선순환적 사회가 필요하다.

긍정의 힘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백지와 같은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고 사회의 핵심적 존재다. 가정부터 긍정의 믿음과 기대를 실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학교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의 욕심도 버리고, 아이들의 다양한 꿈과 관련된 긍정의 표현을 아이들에게 선물했으면 한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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