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입법예고시스템 내달 정식 개통 편의성 높은 최고의 소통창구 만들 것

정부의 새로운 정책 도입이나 제도 변경은 법령 제·개정이 그 출발선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입법예고인데, 국민들은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면 막연히 "또 무슨 법령을 고치나 보네"하며,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법령을 담당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입법예고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2013년과 2014년 입법예고된 3400여 건의 법령 중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들의 제출의견이 단 한 건도 없었던 법령이 전체의 77%인 2600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입법예고되는 모든 법령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유사석유 유통 증가에 대비하여 거래상황 보고주기를 월간에서 주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등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당시 이 법령의 이해관계자인 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거래상황 보고주기 변경은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매소 사업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해당 법령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또한, 2015년 8월 보건복지부는 현행 `간호사-간호조무사`로 분류되는 간호인력체계를 `간호사-1급 간호지원사-2급 간호지원사`로 개편하는 내용의 `의료법`을 입법예고했다. 이러한 개정 내용에 대해 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는 물론, 특성화고의 보건간호학과 구성원 등으로 이루어진 관련 단체가 일제히 반대의사를 제출하기도 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입법예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과정에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이를 반영시키기 위한 제도적인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사회적으로 갈등이 큰 정책을 담은 법령이 입법예고되는 경우 공론의 장(場)으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는 입법예고 제도이기에, 국민들이 입법예고되는 법령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현행 입법예고 제도는 매우 번거롭다. 관보에는 지면상의 한계 등으로 법령의 전문과 개정 전·후를 비교해 이해할 수 있는 신구조문대비표가 실리지 않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각 부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한다.

황상철 법제처 차장

또한, 국민들의 의견제출 방법도 불편하다. 현재는 우편이나 팩스, 이메일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국민 입장에서는 의견을 제출하기 위해서 굳이 우편이나 팩스 또는 이메일 등을 보내야 한다.

법제처가 지난 23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통합입법예고시스템(가칭·시범운영을 거쳐 4월 21일부터 정식 개통 예정)의 출발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통합과 공개, 소통을 취지로 하는 정부 3.0의 일환으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여 입법예고에 대한 국민의 접근 가능성과 의견제출의 편의성을 높여 제도 자체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각 부처의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는 입법예고 관련 자료를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일괄적으로 제공하여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보나 개별 부처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그리고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직접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곧바로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됨)할 수 있도록 하여 우편이나 팩스, 이메일을 보내지 않아도 법령에 대한 찬반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규제영향분석서, 제정·개정이유서 등 입법배경에 대한 참고자료도 필수적으로 공개하여 법령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고사가 있다. `귀 기울여 경청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번 통합입법예고시스템 도입은 정부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의견을 구하겠다는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정부정책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제도가 되고, 쉽게 현장에도 접목될 수 있다. 물론 통합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의견수렴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으로, 법제처는 시범운영 기간 동안의 불편한 사항들을 보완해 국민들이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 최고의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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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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