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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호 세상보기] 체육계 부정·비리 근본적으로 뿌리 뽑아야

2016-03-28기사 편집 2016-03-28 05: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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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인연속 일부의 이익단체 전락 사법적 일회성 처벌 개선 한계 노출 독립적인 분쟁해결기구 설치 나서야

최근 수영을 비롯한 몇몇 체육계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됐다. 체육단체가 대표선수 선발 부정, 심판판정 왜곡, 훈련비 횡령, 입시 비리 등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체육계의 부정과 비리가 오랫동안 누적되다 보니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검찰 조사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에 협조하지 않는 것을 겨냥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체육계의 부조리가 그동안 매우 심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시각을 수긍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약 2년 반 전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체육계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2013년 8월부터 2099개 체육단체를 특별 감사하여 337건의 비위를 적발했다. 이어서 2014년 2월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그 해 12월까지 269건의 신고를 받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터진 수영계의 비리는 위 특별감사나 신고센터에서 문제 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정부 대책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검찰이 앞장서 압수수색이나 인신구속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물론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안도 있겠지만 사법의 힘으로 체육계 비리를 시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비리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데 반해서 대개 일회성에 그치는 검찰권 행사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재판을 통해서 이를 도려내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체육계 문제를 사법처리한 경우를 살펴보면 뿌리 깊은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척결하는 것이 아니라 깃털만 건드리며 가벼운 처벌이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종결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체육계 비리는 구조적으로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체육인들은 오랫동안 서로 함께 땀 흘리며 훈련하면서 특별한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체육인들은 각 종목별, 지역별로 독립적인 체육단체에 소속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체육단체는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몇몇 임원들의 이익단체로 전락했다. 그래서 이들 임원을 중심으로 단체를 자의적으로 운영하며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그렇다고 이런 비리에 대해 체육계 내부에서 비판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끈끈한 선후배 관계나 오랜 인연 등이 작용하여 개선하자는 용기를 내기도 어렵고, 혹시 용기를 내는 경우에도 용기를 낸 사람만 곤경에 처하기 쉽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하듯이 독점으로 활동하는 체육단체가 절대 부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문제 됐던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체육단체의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체육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해주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기구에서 불공정한 대표선수 선발, 심판 배정이나 판정의 왜곡, 징계권 남용 등과 같은 체육단체의 불공정한 행태를 시정해야 한다. 이런 스포츠분쟁 해결기구는 비리가 생겨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별도의 조직을 설치하거나 기존의 중재기관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분쟁해결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스포츠중재재판소'가 설치되어 매년 300건 이상의 분쟁이 신청될 정도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체육계의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를 사법절차로 해결하는 것이 외견상 효과적이고 강력한 대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체육계 비리가 구조적인 특성 등이 있어서 이를 사법의 힘으로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체육단체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분쟁해결기구를 시급히 설치하여 체육계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보도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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