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흰곰은 본디가 소리를 내지않는 짐승이었다. 빙산지역에서 사는 흰곰은 얼음판밑에 사는 바다표범이나 빙산뒤에 숨어사는 바다코끼리를 먹이로 삼고있었기 때문에 소리를 내면 안된다. 언제나 발자국 소리까지 죽이면서 소리없이 거동했다.

그러나 불곰은 그 반대다.침엽수림에 사는 불곰은 일부로 소리를 내고 고함을 지른다.자기가 그 삼림의 왕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먹이의 경쟁상대들을 위협하기 위해 포효한다.

드디어 불곰이 마른풀속에서 나왔다. 몸무게가 각기 1톤에 가까운 거대한 짐승들이 대치되었다. 때마침 떨어지는 태양의 빛을 받고 한쪽은 백색으로 한쪽은 황금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마침내 싸움이 시작되었다.불곰이 두다리로 벌떡 일어났다. 자기의 크기를 크게 보여 상대를 위협하려는 시위였으나 그건 흰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시위가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자 불곰은 옆으로 돌아 상대편보다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불곰이 선제공격을 했다.불곰은 빠르고 민첩했다. 그 크고 무거운 놈이 마침 표범처럼 움직이고 도약을 했다. 1m 높이로 뛰어올라 앞발로 흰곰의 대가리를 후려치려고 했다.흰곰은 그 앞발을 피하면서 덤벼들어 불곰을 팍 움켜잡으려고 했다. 불곰은 거리를 두고 싸우려고 했고 흰곰은 접근하여 싸우려고 했다. 불곰은 그 어깨에 붙어있는 근육덩이의 힘으로 상대를 때려뉘우려고 했고 흰곰은 그 유연한 몸으로 상대를 잡아 밑으로 깔아눌리려고 했다. 마치 권투선수와 유도선수가 싸우는 것 같았다.

격렬한 싸움이었다.불곰의 앞발치기에 대가리를 얻어맞은 흰곰이 비틀거렸다.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싸움의 초장판에서는 그렇게 불곰이 유리한 것 같았으나 흰곰에게는 지구력이 있었다.흰곰이 불곰의 팔을 움켜잡고 끌어당겼다. 흰곰은 불곰의 몸을 비틀어 쓰러뜨린 다음 아가리로 목덜미를 물었다. 불곰의 목덜미가 찢어져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불곰은 그런 부상에도 불구하고 거친 싸움을 계속했다. 때리고 할퀴고 물고 있었으며 그 반격으로 흰곰의 껍질이 털이 주먹만큼이나 뽑혀나갔고 껍질도 벗겨졌다.

두 마리의 곰은 그렇게 큰 부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얀 흰곰의 껍질이 크게 벗겨져 흰곰이 붉은 곰이 되어있었다.

두 마리의 곰들은 그래도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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