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여대생이 무척 수척한 얼굴로 상담실에 들어왔다. 1년 전 신입생 때 선배의 적극적인 공세에 사귀기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의 거친 행동과 언어폭력은 점점 심해갔다. 여학생은 얼마 전에 헤어지자고 말했고, 그때부터 남자친구의 폭행은 시작됐다. 요즘 들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였다. 상담을 통해 남자친구의 평상시 태도를 보니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하고 여자 친구의 행동에 갑자기 분노를 표출하는 특징을 보였다.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모습이었다.

또 한 사례는 스마트폰 데이트 어플에서 남자친구를 알게 되고 그 뒤 한 달 정도 문자만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 뒤 정식으로 사귀게 됐는데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졸라댔고, 헤어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자 목을 조르고 자신의 몸도 자해하며 칼을 사와 "너 죽고 나죽자. 딴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도 죽여 버리고 너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겠다"고 협박한 사례였다.

이렇게 데이트 폭력이란 남녀가 결혼 전 데이트하며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난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으로 데이트 상대를 위협하고 손찌검을 하거나 육체적으로 물리력을 가하거나 정신적으로 모욕과 상처를 주는 모든 것을 말한다.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는 몇가지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불우한 개인의 성장환경에 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폭행을 목격했거나 당한 경우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둘째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사용해 상대방을 통제하고자 하는 가부장적인 사고와 남성우월주의가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셋째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요구되는 전통적인 여성성과 남성성이 데이트 폭력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성은 단지 `친절하게` 행동했을 뿐인데 남성은 이 친근함을 `성관계를 해도 좋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쉽게 가해자를 용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의 문제는 가정 폭력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사실을 창피해서 숨긴다거나 회피하지 말고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고 관련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폭력이라는 검은 얼굴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 될 수 없다.

중부대 원격대학원 교육상담심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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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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