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야생짐승이 사람이 사는 마을을 습격하며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마을이란 사람의 영역이었으며 그건 사람과 야생짐승이 함께 사는 지역에서 공인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흰곰들은 자기들이 사는 빙하지역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사는 침엽수림에 들어왔을뿐만아니라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의 마을을 계획적으로 습격했다.초저녁에 마을앞까지 가서 다음날 새벽까지 끈질기게 눈속에 엎뜨려 숨어있다가 아직 사람들이 잠에서 덜 깬 새벽에 소리없이 들어가 사람사냥을 했다. 토머스교수는 인디언 사냥꾼들과 함께 그 흰곰들의 발자국을 추적했다. 흰곰들은 멀리도 가지않고 바로 마을 앞에 있는 야산에서 인디언여인의 시체를 뜯어먹었다. 굶주린 흰곰들은 여인의 시체를 모두 먹어치웠으며 한줌의 머리카락과 굵은 뼈 몇 개만이 남아있었다. 흰곰들은 그러고는 자기들이 사는 빙원으로 돌아가지않고 침엽수 안쪽으로 가고 있었다. 먹이와 많은 침엽수림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사냥꾼들은 계속 발자국을 추적했으나 그날 하오에 중단했다. 갑자기 강한 폭풍과 함께 폭설이 내리고 있었기때문이었다. 토머스교수는 일단 연구소로 돌아갔으나 다음날 아침 눈바람이 멈추자 다시 발자국추적에 나섰다. 흰곰들은 그동안에도 폭설과 폭풍을 뚫고 침엽수림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앞서 가던 인디언 사냥꾼이 멈췄다.

"나리 여기서부터는 불곰의 텃밭입니다"

불곰의 텃밭에는 붉은 헝겊으로 표식이 되어있으며 사람들은 들어가지못하게 되어있었다. 거기에는 불곰 자신이 그곳이 자기들의 텃밭이라는 흔적을 남겨놓고 있었다. 굵은 나무밑둥의 껍질을 벗겨놓고 그 밑에 똥오줌을 배설해놓았다.

흰곰들도 그걸 봤을 것이었는데 그들은 계속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불곰의 텃밭은 죽음의 땅이라고 불려지고 있었으며 사람을 포함한 그 어떤 동물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흰곰은 계속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쩔려고 그러는 것일까. 불곰의 텃밭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불곰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기들 텃밭안에 들어온 침입자에게 경고를 한 것이었으나 그래도 흰곰이 계속 들어오자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포효소리로 변했다.벼락이 떨어지는 것은 고함소리였다.

그러나 흰곰은 계속 불곰 텃밭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불곰은 그렇게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으나 흰곰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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