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건강관리

유정은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 교수
유정은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 교수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중 치타여사 라미란의 실감나는 갱년기 주부 연기가 40-50대 여성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개인차는 있지만 갱년기에 찾아오는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들은 삶의 질을 좌우하고 갱년기 이후의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도 3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갱년기는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하면서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시기다.

갱년기란 폐경 전부터 폐경이후 일정기간을 포함한 폐경전후기를 의미하며, 시기적으로는 40대 중·후반에 시작돼 개인차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된다. 난소의 기능저하로 월경이 중단되고 호르몬 변화와 자율신경의 실조로 인해 안면홍조, 발한, 불안, 불면, 우울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오십견, 관절통 등 신경-근증상 및 질 건조증, 요실금, 빈뇨, 잦은 방광염 등 비뇨 생식계 위축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만성적으로는 고지혈증, 혈압상승으로 인한 중풍의 위험이 증가하고 골다공증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갱년기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갑작스러운 여성호르몬 결핍 상태에 몸이 적응을 하는 과정이다. 때문에 호르몬을 보충해주면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호르몬 보충요법은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기간과 용량을 신중히 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물성 여성호르몬 식품들도 비슷한 작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식증, 유방의 종양, 갑상선 질환 등 호르몬 의존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건강기능식품의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40대 중반 이후 월경주기에 변화가 있거나 월경량이 줄어들면 호르몬변화를 의심해보고 갱년기 관련 검사로 현재의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 폐경의 진행정도는 혈액 내 난포자극호르몬, 여성호르몬 등을 측정해 알 수 있고 스트레스 호르몬 측정, 자율신경기능검사, 혈관노화도검사, 체열검사, 골다공증 검사도 갱년기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의학적으로 신장은 생식기능을 담당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기능이 떨어진다. 갱년기장애는 신허증(腎虛症)의 범주로 보고 있으며 개인의 오장육부 기능과 체질에 따라 증상이 복잡다단하게 나타난다. 한의사의 진찰 후 처방되는 맞춤 한약은 이러한 장부와 체질의 불균형을 개선시켜 증상을 완화시키고 갱년기 건강을 증진시킨다.

그러므로 시중에 유통되는 호르몬 유사 성분이 포함되었다고 하는 민간약재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생식기능의 저하와 동반되는 폐경기의 위축성 질염과 질 건조증은 침구치료, 좌훈요법, 한약제재 등을 통해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갱년기에는 신체적 증상과 함께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우울하고 힘이 들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갱년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흥미를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햇볕을 쬐면서 약간 숨이 차게 하루 40분 정도 걷는 만보운동은 심혈관계를 강화시켜줄 뿐 만 아니라 우울증 예방과 칼슘의 흡수 및 이용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고 본인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갱년기는 더 이상 침울한 노년기의 시작이 아닌 건강한 백세인생을 시작하는 활기찬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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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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