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절반 소방시설 미설치 편의·효율보다 안전 우선을

미국의 가장 유명한 근대 건축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 6. 8-1959. 4. 9)의 스승인 루이스 설리번(Louis H. Sullivan, 1856. 9. 3-1924. 4. 14)은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근대 이후 건축의 주류를 이루는 기능주의를 대표한다.

건축물의 기능적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근 건축은 건축설비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설비는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 관련 설비로, 이는 인간의 편의를 극대화 해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안전관련 설비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기술의 발전도 미미하다. 건축물에 설치돼 화재 발생 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시설 역시 그러하다. 안전보다 편의를 중시하는 흐름과 풍토는 선후와 경중을 판단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아픈 단점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방시설이 설치되는 대상물을 `특정소방대상물`로 정의하며, 이는 28가지의 용도별 건축물과 지하가, 지하구로 분류된다. 이 중 주택건물은 아파트와 기숙사에 한정돼있다. 즉 사람이 주거하는 건물로는 오직 아파트와 기숙사만이 소방시설 설치 의무대상이다.

국토교통부의 `2010년도 주거실태조사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택 중 소방시설 미설치 대상(단독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이 50.5%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가구가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 거주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2012년 2월 4일부터 일반주택에 소화기구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도록 소방시설법이 개정됐다. 대전시 주택소방시설 설치조례에 따르면 설치해야 할 소방시설 중 소화기구는 각 세대별 적응성이 있는 능력단위 2단위(2.5㎏ 이상 분말소화기 등)의 수동식소화기를 1개 이상 설치해야 하며, 화재시 열 또는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발해 소화·조기 피난을 가능하게 해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도 구획된 실마다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시행된지 4년이 도래했으나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한 기존의 일반주택 가구는 많지 않다.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화재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체화재 발생 건수 총 4만 4433건 중 주택화재는 전체의 25%인 1만 1124건이 발생했으며, 그중 일반주택 화재는 72.2%인 8036건이 발생했다. 또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 253명 중 주택에서 165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일반주택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83%인 137명이었다.

일반주택의 전체 가구 수 대비 화재 발생건수와 인명피해가 높은 주된 요인은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소화기구와 단독경보형감지기만 설치됐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외국의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1977년에 설치제도가 마련된 이후 주택화재 사망자가 32년간 56% 감소했다. 일본은 2004년 제도도입 후 9년간 17.5%가 감소했다.

이는 단순히 제도도입으로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단독경보형감지기 보급률이 96% 에 달하고 일본은 80% 이상이다. 이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이제는 단순히 법률개정, 교육과 홍보 등으로 성과를 기대하면 안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편의, 성장, 성과, 효율성 위주의 사회 흐름을 바꿔야 한다. 안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선행돼야 할 가치다. 지금, 당신 집 소방은 안녕하신가.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지금 당신 집부터 설치하길 바란다.

김선규 소방안전협 대전충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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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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