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정당공천 칼바람 국민이 주권준 곳은 국회이지 정당이 아냐 지역구 대표자 선택은 지역민이 결정할 일

한국정치는 언젠가부터 항상 그래왔지만 요즘은 더 가관이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황당하다. 명색이 민주주의인데 국민은 없다. 국민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는 것이고 국민을 무시하면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다.

지금 각 정당에서는 공천이라는 이름의 살생극이 한창이다. 현역의원과 정치지망자들을 살리고 죽이는 일이 톱 뉴스다. 공천위원회가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한두사람이 좌지우지하는 형세다. 도대체 그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하기에 현역의원들의 정치생명조차 죽이고 살리는가! 나도 그렇지만 우리 국민 누구도 어떤 특정인들에게 그런 위력을 준 일이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오직 국민이, 유권자가 할 일이다. 오픈 마라톤처럼 달리게 해놓고 유권자들이 1등을 뽑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코스에 정당이 뛰어들어서 너는 뛰어라, 너는 안된다, 너는 1등으로 만들어 주겠다… 등등 황당한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역의원의 정치생명을 끊어놓고도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런 오만하고 무엄한 일이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내 상식으로는 이해불능이다. 하루 아침에 바보가 된 그들은 명색이 국민의 대표다. 보통 10만명이 살고 있는 자기 지역구에서는 가장 유명인사요 수많은 행사에서 가장 앞줄에 앉아 마이크를 쥐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이처럼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은 쿠데타 같은 정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번 공천은 `몬도가네` 공천이다. 아주 희한한 일이 많다. 자기 정당의 대표요 유력 대통령후보라는 사람을 불러다 놓고 면접시험을 본 것은 아마도 세계 정당사상 없던 일로서 기네스북에서 조사를 나올지도 모르겠다. 내각제라면 총리가 되는 자린데! 오만이 유발한 착각이겠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국회의장이 출마하면 상대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양보하는 나라도 있는데! 자당의 대표를 "그XX, 죽여버려…"라고 한 사람도 있다니 갈 데까지 가려는가! 4·13선거에서 이 정당이 패한다면 그 이유는 이미 확실해졌다.

정당이 공천에 간섭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행태다. 하루 빨리 타파해야 할 악행이다. 선진국에서 이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참으로 무지막지한 짓이다. 소위 공천과 관련해서는 미국형과 영국형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역구 유권자나 당원이 뽑고 영국은 지역구 당원들이 뽑는다. 중앙당이 감놔라 배놔라할 여지가 없다. 지역구를 대표할 사람이라면 그 지역민들이 제일 잘 알것이고 지역민이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다. 중앙당의 어떤 간섭도 이런 원리와 본질을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 한다면 지금 각 당의 공천은 그 정당성과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가 수두룩한 나라에서 정당공천은 곧 당선이고 국회의원 임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핵심결정을 아무 주권도 없는 정당에서 한다는 것은 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국회에 주권을 주었지 정당에 준 것이 아니다.

무효 사유가 또 있다. 유권자들은 그들의 지역구가 어딘지 모른 채 상당기간 선거과정이 진행되었다. 또 선거가 고작 한달, 코앞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대상을 알만한 여유가 없이 선거가 강행되는 것도 문제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는 못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같은 불가피성이 없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어떨지 궁금하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정당의 공천권에 대한 조항은 없다. 국민이 자기대표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주권 행사의 핵심인데 그 핵심권력을 정당이 가로채도 된다면 반드시 헌법에 그런 권한을 적시해야 할 것이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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