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대전은 특별한 건축문화는 없지만, 근래에 2000년대로 세기가 바뀌면서 기간을 정하다보니, 일상 속에 묻혀 있던 생활양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음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당연한 결과로 알고 있다. 주변 환경에서 큰 변화라고하면 1980년 초 금강을 가로막은 `대청 다목적댐`의 준공이고, 건축분야에서는 2008년에 도심인 대전천을 복개하였던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를 철거한 것과 1932년 대전으로 옮겨온 충남도청이 80년 만인 2012년에 내포지역으로 이전한 일이다. 대청댐의 혜택으로 시민들이 물 부족의 절실함을 직접 느끼지 못하며, 건축으로 실생활에 일부만 적용되었다. 중앙데파트의 철거는 난개발에 대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하였으며, 도청의 이전은 원도심을 숙제로 끌어들여 미래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게 한다.

90년대 건축문화의 변화란, 도시는 목구조에서 시멘트 벽돌 조적조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바뀌고, 농촌에서는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꾼 일이 전부였다.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요즘은 슬레이트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하여, 철거 시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냉난방 연료이다. 온도 편차가 큰데다 사계절이 뚜렷하여 차지하는 비중이 큰 냉난방시설의 주된 연료가 불과 50년 만에 태초부터 사용한 나무장작에서 시작하여 전기로 교체되고 있다. 아궁이에 직접 나무를 태우다가, 6·70년대 석탄으로 바뀌면서 십구공탄을 직접 구들장 밑 레일로 밀어 넣던 방식이 더운물을 매개체로 하는 연탄보일러로 바뀌었다. 이후 연탄가스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점차로 액체연료인 석유로 바뀌다가, 2000년대 들어서서는 도시가스로 전환되면서 전기도 병용되고 있다. 연료 못지않게 크게 바뀐 것은 수세식 화장실과 평면상 현관의 등장이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정화조가 제거식이고, 좌변기를 모두 사용하였지만 80년대로 들어서면서 모든 변기가 양변기로 바꿨다.

또 건축 평면상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한옥의 특징으로 현관이 없이 마루를 통하여 나란히 방으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서양식 평면을 선호하면서 현관을 통해서 들어가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러한 구조는 열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도난방지 등 시설관리에 유리함으로 쉽게 바뀌었다. 작은 변화지만 이러한 건축문화의 변천은 우리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과거를 견주어보면서 지금을 창조하는 새로운 습관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일상과 밀접한 건축문화는 편의성과 전통에 따라 바뀌고, 때로는 시대성까지 표현되는 문화이기에 알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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