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토마스 맥카시 감독 스포트라이트

진실을 파헤치는 일이다. 거대한 암막의 그늘에 가려 있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낸다.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정의는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판단한다. 도덕이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특종`이라 표현한다. 분명한 것은 특종의 바탕이 진실에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좇은 기자들의 뚝심이기도 하다.

영화 `스포트 라이트`는 2002 보스턴 글로브가 보도해 사회의 반향을 일으킨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야기는 2001년으로 돌아간다. 지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신임 편집장으로 부임한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은 특별취재반 `스포트라이트`팀에 심층취재 지시를 내린다.

30여년에 걸쳐 수 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교구 신부에 대한 취재다. 스포트라이트의 팀장격인 윌터 로비 로빈슨(마이클 키튼)을 비롯해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사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 맷 캐롤(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는 즉각 취재에 돌입, 하나의 작은 단서에서부터 점차 취재의 범위를 넓혀 간다.

하지만 취재는 좀처럼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입을 닫은 변호사, 도시의 안정을 위해 기관의 공조를 요구하는 추기경 등 스포트라이트팀이 만나는 취재원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강조하며 취재를 꺼려 한다. 결국 스포트라이트팀은 다각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보스턴 지역에서 90여명의 사제들이 아동을 성추행 해왔던 사실을 폭로하게 되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박진감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더욱이 고된 취재기를 호소하는 영화도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는 그 동안 은폐돼 왔던 거대한 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거대한 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 안에서 각자의 배역들은 저마다 다른 사회의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때로는 진실의 침묵을 경고한다. 영화의 배경 당시는 인터넷의 성장과 동시에 신문이란 매체의 구독률이 줄어드는 시기였다. 게다가 보스턴은 가톨릭 신도가 유난히 많은 도시로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가톨릭 신자였다. 가톨릭의 치부를 드러낸다면 자칫 보스턴 글로브의 기존 구독자수마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사회인식 상 가톨릭은 종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신부들이 성추행해오던 것을 알고 있었던 추기경도 마티배런과의 대화장면에서 이와 유사한 말을 건넨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선 도시를 이루는 기관의 공조가 필요하다며 속내를 숨긴다. 다시 말해, 해당 취재를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은연 중에 비춘 것.

허나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도덕과 정의도 여전하다. 마티배런은 추기경이 건넨 말에 담담하게 답한다. 언론이란 엄연히 `독립된 기관`이라고 말이다. 도시의 번성을 위해 구성원의 공조는 언론이 삼는 기준과 별개라는 것이다. 또 마이크는 취재 중 변호사 미첼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를 만난다. 그는 마이크에게 자신이 아르메니아 출신의 외부인이라 설명하며 이와 같은 말을 던진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입니다"라면서 말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스포트라이트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끝이 난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보스턴 글로브로 쏟아지는 제보전화를 받으며 암전된다. 이어 한해 동안 600건의 관련기사를 보도한 것과 이듬해 스포트라이트팀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것, 고소당한 신부는 200명을 넘어섰다는 내용이 자막으로 보여진다. 특히 아동성추행에 연루된 203개 교구의 리스트가 여과 없이 화면으로 비쳐지면서 영화는 그제서야 끝을 맺는다.

마이크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이런 걸 보도하는 게 언론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그럼 이런 걸 보도하지 않는 게 언론입니까?"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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