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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이야기] 특허 심사, 현장에 답이 있다

2016-03-09기사 편집 2016-03-09 05: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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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있었던 사례이다. 한 일본 기업이 지하 공사를 위해 흙을 파낸 지하 공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국내에 특허출원을 했는데, 해당 기술은 이미 일본에서 특허로 등록되었고, 특허문헌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유사한 기술이 검색되지 않았다.

그런데 관련 업계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룩셈부르크 회사의 카탈로그에 유사 기술이 존재한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해외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던 기술이었다. 만약 이 기술이 특허로 등록되었다면 국내 업체들은 연간 약 4억8천만원 규모의 로열티를 부실특허에 지불해야만 했을 것이다. 특허청은 이러한 부실특허를 예방하고,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심사 품질 향상을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특허 심사 단계에서 현장 방문을 확대하여 해당 기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장 전문가들의 지식과 의견을 반영하는 '공중심사'다. 이는 심사관이 현장의 기술자료와 전문가 지식을 활용하는 등 현장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며 심사품질을 높여나가기 위한 것이다.

이제껏 특허청의 심사 방식은 해당 기술을 담당하는 심사관이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그 유사성을 살펴 특허 등록 또는 거절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서, 담당 심사관 개인 역량에 크게 의존해왔다. 물론 심사관은 해당 기술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한 전문가로서 그 기술을 살피기에 충분한 지식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산업 현장과 동떨어져 최신 기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공중심사는 심사관이 사무실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주는 효과가 있어 심사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선진국들도 특허 심사 과정에 공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Google이 제공하는 'Ask Patents' 시스템을 운영하여 공중이 심사대상 출원 건에 대해 선행기술을 제공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백악관 주도로 '특허품질 향상을 위한 대중의 참여' 프로젝트 또한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외부 전문가들이 특허심사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기술 분야별 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 기반 전문 지식을 구하고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산업 현장과의 소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산업기술은 그 발전 속도가 빠르고 융·복합화의 영향으로 관련 지식의 양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신 기술을 판단해야 하는 특허 심사에 있어 심사관 혼자만의 판단으로는 부실 특허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낮출 수 없다. 현장에 나가서 답을 찾고, 이를 통해 특허 심사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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