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조사로 유권자 현혹 정책과 공약 대결 실종 우려 제대로 된 인물 골라 뽑아야

누군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가.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한 게 없는데 4·13 선거일은 어느 새 41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공천심사와 경선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선에서 여론조사는 무시할 수 없는 무기가 된다. 가만히 앉아있을 예비후보들이 아니다. 여론조사 탈법과 편법이 줄을 잇고 있다. 여야가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면서 컷오프와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왜곡·조작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소위 `텃밭`에서 더욱 그렇다. 후보가 난립한 선거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자신이 1위라는 휴대전화 `문자질`이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결과임을 은근히 강조한다. 공신력이 있음을 알아달라는 뜻 일게다. 알고 보면 후보 스스로 조사기관에 의뢰해 나온 `셀프 여론조사` 자료다. 일종의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OEM)`인 셈이다. 후보자가 의뢰한 결과를 문자로 유권자에게 전송하는 것이 허용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이다. 휴대전화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정치신인이나 원외후보들이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저비용, 동시성, 특정성, 대량발송의 장점이 있다 보니 현역의원들도 애용한다. `셀프 여론조사`엔 몇 가지 기법이 있다. 질문 문항이나 조사지역, 조사대상을 유리한 쪽으로 설정한다. 샘플수도 자신에게 유리한 최소한으로 한다. 대신 전체유권자 의견으로 확대 해석한다. 신뢰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권자로선 일일이 따져볼 수가 없다. 처음부터 이런 맹점을 노린 것이다. 당연히 의뢰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은커녕 왜곡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유권자를 현혹하기에 적당한 수법이다.

선거에서 유권자 여론조사는 없어선 안 되는 필수요소다. 이를테면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물론 공정하고 신뢰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편향된 질문을 해선 안 된다. 조사방법이나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응답자의 나이나 지역에 따라 답변의 예측도 가능하다. `셀프 여론조사`는 이런 점을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자신은 대놓고 부각시키고 경쟁후보는 설문에서 배제시키는 엉터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로선 당내 경선을 대비한 스펙이자 나름대로의 선거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사를 막을 마땅한 규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행보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실망을 넘어 정치에 신물이 나게 만들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구 실종사태도 자초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무효가 된 선거구를 두 달 넘게 방치했다. 뒤늦게 합의한 획정안도 약속한 날짜에 처리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살생부` 파문으로 뒤숭숭하다. 더민주당 역시 `컷오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당 안팎으로 볼썽 사나운 모습들이다. 총선을 40 여일 앞뒀으면 선거공약 만들고 정책 제시하기도 짧은 시간 아닌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법조차 지키지 않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몰골이다.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 또한 편할 리가 없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소리만 들어도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오죽하면 유권자 70%가 선거를 해도 정치는 달라지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하겠는가. 20대 총선 최대쟁점으로 유권자 41%가 경제활성화를 꼽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북한문제보다도 두세 배 높다. 후보자들은 이런 유권자의 열망에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현역의원이든 정치신인이든 하나같이 `셀프 여론조사`에만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다.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정책과 공약, 도덕성, 경력 등을 통해 당당하게 승부를 펼쳐야 한다. 얄팍한 `셀프 여론조사`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유권자들 역시 정책과 인물 검증을 통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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